이번 정부 들어서만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규제가 나올 정도로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 급등한 곳을 규제하면 안한 곳으로 가면 되고, 비싼 집을 규제하면 싼 집으로 가면 그만이다.

모두가 도시 자체를 투기장이라 생각하고, 투기를 투자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킨 이상 규제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현상을 규제하려 하니 풍선효과만 도드라졌다.

정의당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가 철학의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부동산정책간담회에서 “토지공개념 그리고 공공재로서의 주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현재 부동산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문제는 과잉유동성, 정책 왜곡 및 신뢰 상실, 투기목적 사재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및 거래 규제 등 조치는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견해다.

이 지사는 지난 9일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이 있으니 조세로 환수해 고루 혜택을 누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며 토지보유세 신설을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를 인정하되 공적 성격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토지의 사적 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제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간의 부동산 정책은 싼값에 토지를 강제로 사들여 개발한 토지를 민간에 되파는 방식이었다. 이는 도시라는 공간을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돈'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건물주'가 이 시대 가장 선망받는 직업인 사회가 됐다. 많이 늦었지만 집과 토지를 '투기' 대상이 아닌 '공공'의 복지영역으로 옮겨놓을 때다.

다행히 경기도는 최근 토지공개념이 녹아있는 보편적 주거복지 정책을 내놨다. 수도권 3기 신도시에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소득과 관계없이 역세권에 30년 이상 장기 거주하는 새로운 방식의 공공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기존 임대주택의 보완책으로 무주택자 가운데 사회 배려 계층인 장애인, 1인 가구, 고령자 등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의 임대료만 부담하는 형태의 임대주택인 '토지임대부 협동조합형 사회주택'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시행에 옮기기까지는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제 토지공개념 실현을 내세웠던 정부가 답변을 내놓을 차례다. 2018년 개헌안에 토지공개념 명문화를 추진했던 정부였던 만큼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해 내놓은 여러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최남춘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