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충격받은 박태환
수영 통해 사회 기여할 방법 찾기 고심
'13년 인연' 김 이사장과 공익실현 합심

“어린이 생활안전수영 전국 보급 최선”
“장애인 수중재활운동 등 소외층 지원”
“재능있는 꿈나무 발굴 차세대 인재로”
▲ 김장성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 이사장.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껏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한 수영(소위 생존수영)을 배울 기회가 일부 아이들에게만 주어져 왔습니다. 정부에서 노력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 모두 혜택을 받기에는 수영장 시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부재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수영을 가르치면서, 이를 차츰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27일 만난 김장성 ㈔ 박태환수영과학진흥원(이하 진흥원·http://www.pthswimming.kr) 이사장은 법인의 활동 목적이 '공익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충격을 받은 박태환이 '수영'으로 우리 사회와 아이들에게 기여할 방법을 찾다 '혼자 힘으로는 어렵겠다'고 느끼면서 2017년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이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진흥원 창립의 출발점이 됐다.

2004년 이민을 떠난 뒤 지금까지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이사장은 2007년 호주에서 박태환을 처음 만났다.

박태환이 2007년 호주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며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존재감을 알리던 시기다.

호주에 와 대회를 뛰거나 훈련을 하던 박태환과, 그런 그를 응원하던 김 이사장은 호주의 선진적인 수영 교육 시스템을 부러워하며 이 때부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박태환은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송영길 인천시장 시절, 대회 흥행을 책임질 최고 카드로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게 된다. 마침 김 이사장도 당시 인천골프협회 전무이사(2013~2016)로 활동 중이라 둘은 다시 자연스럽게 가까운 사이가 됐다.

그러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이후 가슴 아픈 시간을 견디며, 수영 선수로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2~3년간 고군분투하던 박태환은 2017년 김장성 이사장을 만나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나눴다.

선진적인 호주 수영 교육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던 둘은 말이 잘 통했고, 결국 의기투합하며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9월 진흥원을 창립했다. '공익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복지증진, 건강사회, 수영강국 3가지를 법인의 핵심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선진 수영프로그램 보급, 수영 꿈나무 발굴 및 육성, 체육 꿈나무 장학금 사업, 장애인을 위한 수중 재활 운동 프로그램 운영, 지역사회 봉사활동이란 구체적 사업 내용도 정했다.

“우리가 호주의 선진 수영 시스템을 연구해 완성한 '생활안전수영' 프로그램을 전국에 널리 보급함으로써 모든 어린이들이 영유아기부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전 국민의 수영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수영이 국민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스포츠로 발전하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실제, 호주는 생후 6개월부터 수영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존재할 뿐 아니라, 3세부터 7세까지 호주에 사는 모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물과 노는 수업을 받는다.

이 기간 아이들은 물과 친해지는 적응 기간을 거치면서 두려움이 재미와 흥미로 바뀌고, 나아가 수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또, 장애인 수중 재활운동 프로그램 운영 및 장학금 지급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 중 재능과 꿈이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 대한민국 수영을 이끌어 갈 차세대 인재로 육성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이런 공익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려면 후원과 함께 수익 사업도 필요하다.

최근 연수구에 박태환이 사비를 들여 어린이 전용 수영장을 지었는데, 진흥원은 앞으로 영어 수영교실 운영 등 더 다양하면서도 양질의 유료 강습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흥원은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생존이나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수영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냥 재미있고 흥미로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물에 적응 한 후 호주식 전문 이론과 실기, 그리고 안전교육을 이수한 전문 코치들과 수영을 시작하면서 저절로 생존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재능이 보인다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이들을 육성할 것입니다. 뜻있는 분들은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진흥원은 28일 오전 박태환수영장에서 '사회공익 실천을 위한 어린이 생활안전수영 기본교육 프로젝트' 시범사업 첫 행사를 진행한다.

/글•사진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