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처음으로 업무 중단…미 국무부 "중국 결정에 유감"

 

▲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서 26일 한 인부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라고 적힌 현판을 제거하고 있다. 중국은 전날 미국 휴스턴의 자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미국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대한 보복 조치로 폐쇄 요구를 받은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기해 전면 폐쇄되었다고 27일 연합뉴스가 AP통신과 신화 통신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AP 통신과 신화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오전 청두 미 총영사관을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폐쇄했다고 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청두 총영사관의 업무를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종료했다면서 중국 측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고 AP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오전 11시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의 요구에 따라 청두 미 총영사관이 폐쇄됐다"면서 "중국 담당 부문은 이후 총영사관 정문으로 진입해 접수 업무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군공사(군비관리사)는 이날 정오 웨이보를 통해 "우리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당하게 (청두 미 총영사관)을 접수 절차를 집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관영중앙(CC)TV가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비롯해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 관계자 등이 청두 미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현재 청두 총영사관 내부에는 미국 당국자나 직원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두 미 총영사관은 지난 사흘간 폐쇄 준비를 위해 이사용 화물 트럭 5대를 투입했다.

청두 미 총영사관 측은 이날 오전 6시 18분 성조기를 내리면서 총영사관 폐쇄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로써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35년 만에 처음으로 업무를 중단했다.

미국이 청두 총영사관 폐쇄를 확인했지만, 아직 청두 총영사관으로 중국 공안 등 공권력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공안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청두 미 총영사관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중국 매체를 비롯해 주요 외신, 청두 주민 수백 명은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를 전후해 청두 미 총영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가 지나도 중국 공안의 총영사관 진입이 이뤄지지 않자 "어서 서둘러라", "이미 시간이 지났다", "당장 강제로 끌어내라"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두 총영사관은 쓰촨(四川),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충칭(重慶) 등과 함께 신장(新疆)과 티베트 지역을 관할해 미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실각 사태 당시 미중간 충돌이 벌어진 장소로도 유명하다.

당시 보시라이의 부하였던 왕리쥔(王立軍) 전 국장이 보시라이와의 다툼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청두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

중국 당국이 청두 총영사관을 보복 대상으로 택한 것은 미국의 선제공격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은 미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맺은 1979년 중국이 미국에 처음 개설한 영사관으로 미중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

휴스턴은 미중 수교 후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휴스턴을 방문해 미국 개척 시대의 문화적 상징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미중 우호를 과시했던 곳이기도 하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