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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출산정책
[제물포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출산정책
  • 정재석
  • 승인 2020.07.26 18:13
  • 수정 2020.07.26 18:12
  • 2020.07.27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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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했으며,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출산율의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서울 등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를 했다. 과천, 분당, 일산 등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도시와 안산, 시흥, 의왕 등 중소기업이 많은 도시에서 출산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와 맞물려 산부인과, 분만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 도내 출산 인프라도 크게 줄었다. 이렇다보니 자녀 출산을 계획한 많은 가정은 시•도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과 경제적 비용 부담을 껴안는다. 병원진료는 물론 분만, 산후조리까지 '원정'을 떠나는 고된 출산과정을 감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속된다는 점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8만8175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생활권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 역시 다른 지역을 이용했다. 이같은 현상은 광주, 과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5개 지역에 집중됐다. 지역 내 관련시설이 아예 없는 곳이다.

가평 주민은 가깝게는 남양주나 강원도 춘천을, 멀게는 서울에서 아이를 낳는다. 자칫 분만이 다급한 고위험 산모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소방구급대원이 출산 교육프로그램을 익힐 정도라니 말문이 막힌다. 여러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급 산부인과가 없는 동두천, 연천, 평택 등 11개 지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에 출산 관련시설들도 문을 닫는 추세다. 산부인과는 가뜩이나 수익성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낮은데, 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더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이 없으니 자연스레 산후조리원도 문을 닫고 있다. 안성시 3개 지역에 있던 산후조리원은 현재 석정동 1곳만 문을 열고 있다. 이곳마저도 경영악화로 폐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도내에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문을 닫은 산후조리원만 12곳이다. 병원급 산부인과도 용인 삼성병원, 파주 미래여성병원 등이 폐업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도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이다. 비용도 저렴하고 공공영역이다 보니 '안전성' 측면이 보장되면서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등 공공비용 측면에서도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간호사 등 18명이 상주하는 이곳의 지난해 운영비 약 8억원 중 70% 도비를 지원받았으니 여주시는 2억4000만원 정도 부담했다.

그런데 2022년 문을 열 포천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자체들은 시설운영 도입을 반기지 않는다. 큰 예산이 아닌데도 부담되고, 자칫 감염병이라도 발생하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은 2011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21.1% 증가해 총 209.5조원에 달하고 있으나,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4명에서 2019년 0.92명으로 오히려 0.32명 감소했다. 0.92명은 전 세계 203개국 중 꼴찌에 해당하는 수치로,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48.1%,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38.7%, 학령인구는 42.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우선 실효를 거두지 못한 지원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 각 부처나 기관별로 난립한 '찔끔' 지원을 통일해야 한다. 또한 출산장려 정책과 함께 출산인프라, 보육환경 등을 벨트로 묶어 경제적으로는 힘들어도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책임진다'로 여겨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2011년 32만9087건에서 지난해 23만9210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급속한 감소세를 보이는 혼인율과 청년 주거문제 등도 연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만실이 부족한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실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서일준 의원(미래통합당)이 지난 6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우리나라의 분만 인프라를 강화해 안정적인 분만 의료환경을 구축하자는 데 초점을 뒀다. 법안에는 국가와 지자체는 출산환경 개선을 위해 분만실이 부족한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실 설치•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르는 지원 경비에 대한 국가 보조 근거를 신설토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번 개정안의 신속한 통과와 함께 정부의 출산정책을 리셋해야 할 시점이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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