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원정출산이 다시 유행이다. 예전처럼 이중국적을 갖기 위해 해외로 나가던 특수 계층의 원정이 아니다. 분만을 도와줄 산부인과가 없고, 산후조리를 맡아줄 시설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그나마 타지방에 비해 여건이 좋다는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이 응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강원도와 서울 등 타 지역으로 위험천만한 원거리 이송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을 요하는 임산부들의 이송사례가 빈번하면서 경기북부소방당국은 이를 위해 구급대원들에게 출산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동두천, 과천 등 현재 도내 11개 지역에는 전문의가 상주하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다. 부족하긴 산후조리원도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목으로 분류돼 폐업한 병원이 많은 탓이다. 산후조리원 역시 같은 상황이다. 2016년 용인 삼성병원과 2018년 파주 미래여성병원이 폐업했고, 2014년 이후 문을 닫은 도내 산후조리원도 모두 12곳에 이른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지만, 효과가 없다 보니 기본 인프라조차 상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그리하여 다시 책임은 공공의 몫이 되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 여주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최상의 시설과 서비스가 시중에 비해 24%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무엇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확보했다. 지금 이곳의 이용률은 만원이다. 예약률도 100%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시설조차도 늘려가기는 쉽지 않다.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각 지자체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감염병에 대한 염려도 이유가 된다고 한다. 도비가 지원되지만 일부는 시비로 충당한다.

결국 혜택을 받는 주민이 많지 않고, 따라서 생색을 내기 어려운 곳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는 속내가 작동하는 셈이다. 책임은 결국 국가의 몫이다. 거점병원이라도 만들어 대응해야 할 판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시설의 고급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