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과천 등 도내 11개 지역
전문의 상주 산부인과도 없어
출산 임박한 산모 위험한 원정

저출산 가속 시설 폐쇄 증가
전문가 “정부 차원 책임져야”
▲ 저출산 문제로 산부인과,산후조리원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소도시 중심으로 '원정출산'을 위해 대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대형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 올해 6월28일 새벽 1시. 가평 119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임산부가 통증과 하혈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은 40㎞ 떨어진 서울 미아동의 한 병원으로 임산부를 이송해야 했다. 지역 내에 분만산부인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평 소방서 관계자는 “1시간이 걸렸다. 산모의 상태가 위중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2. 2018년 4월15일 동두천에서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20㎞ 떨어진 포천의 분만산부인과로 가던 중 도로가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의 긴급 도움을 받았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 차 안에서 출산했다. 다행히 산모와 아기는 무사했다.

경기지역에서 분만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 출산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해 임산부들이 정기검사는 물론 출산을 위해 타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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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등 문제로 그나마 있던 시설도 속속 문을 닫는 추세여서 정부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경기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도내 아이를 출산한 산모는 8만8175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다른 지역에서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 역시 다른 지역에서 이용했다.

이 같은 현상은 광주, 과천, 동두천, 가평, 연천 등 5개 지역에 집중됐다. 지역 내 관련 시설이 부재한 곳이다.

여러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급 산부인과가 없는 동두천, 연천, 평택 등 11개 지역도 마찬가지다.

가평군 관계자는 “분만산부인과 등 출산 관련 시설이 없다 보니 산모들이 주로 인근 지역인 남양주나 강원도 춘천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방서는 산모 응급 상황을 고려해 항상 긴장하고 있다.

경기북부소방은 산모를 장거리로 이송하는 문제로 구급대원에게 출산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한 상태다. 가평 소방서도 지난해 9월 강원대학교 병원 교수를 초청해 고위험 산모 후송 시 응급분만 등 교육을 진행했다.

더욱 문제는 그나마 있던 시설들도 문을 닫는 추세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은 수익성이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떨어지고, 저출산이 가속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성시의 경우 애초 서인동, 만정리 등 3개 지역에서 산후조리원이 운영됐다가 지금은 석정동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수익이 따라주지 않아 줄줄이 문 닫은 것이다. 남은 산후조리원마저도 여건이 점차 악화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정동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출생률 감소로 영유아 수가 줄어들면서 도저히 운영하기 어려운 처지”라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만큼 고민이 깊다”고 털어놨다.

해당 산후조리원은 안성시에 지원을 요청했고, 시도 지역 내 마지막 시설인 점을 고려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문 닫은 도내 산후조리원은 12곳이다.

병원급 산부인과도 2016년 용인 삼성병원, 2018년 파주 미래여성병원 등 폐업이 줄지었다.

전문가들은 산모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산부인과 등 시설들이 폐업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조치가 없으면, 산모들은 시설을 이용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또 시설의 고급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 지원이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훈·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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