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파주시청 육상팀 이끈 여태성 감독]

중학생 때 시작해 트랙에서만 35년
자녀도 대 이어 유망주로 구슬땀
올해 팀내 제자 모두 성적 상위권
내년엔 더좋은 성적 올릴 수 있을 것

 

“육상은 저에게 있어 삶 그 자체입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파주시청 육상부 감독을 맡아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는 파주시청 육상부 여태성(50·사진) 감독.

여 감독은 중학교 시절 체육 교사의 권유에 시작한 운동복을 35년이 지난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운동복이 그에게 피부와도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여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400m 허들 국내 최고 기록보유자였다.

당시 기록이 53초34였는데 그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는 넘사벽의 기록이었지만 후배들의 노력에 깨진(?) 기록이 됐다.

여 감독은 처음 운동을 접했을 때 해가 뜨기 전부터 무조건 달리기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무식했을 정도로 달리고 또 달리기를 며칠을 이어가면서 탈진 때까지 뛰었던 훈련은 오늘의 여 감독이 있도록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은 제가 운동했을 때와는 다르게 운동도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면서 기록도 많이 향상됐다”며 “제자들의 성적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곡선을 그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머던지기의 장복심, 100m 오경수, 김태효, 박종경 400m 허들, 이지민 100m 허들, 한다례 높이뛰기 선수는 여 감독이 키워내거나 배출한 제자들로 명실공히 국가대표다.

이중 한다례 선수는 육상인들의 꿈이라고 불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치러진 2011년 대구 대회에 출전했으며 오경수 선수는 2013년 러시아 대회에 참석해 기량을 겨뤘으나 아쉽게도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출전하는 것 자체가 육상선수들에게는 명예 중에 가장 큰 명예가 된다. 특히 오경수 선수는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에 잇따라 출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 장복심 선수는 현재 전남체육고에서 여 감독처럼 제자를 키우는 지도자의 길을 걷기도 한다.

여 감독은 “제 인생에 목표는 오직 한가지다. 후배들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성과를 내고 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이름을 올리게 하는 것이 꿈이자 제가 반드시 해야 할 버킷리스트”라고 말했다.

여 감독은 요즘 기쁜 일이 많다.

비록 9명의 제자를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의 성적은 누구에 비해도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자 800m, 남·여 높이뛰기, 포환, 1500m, 10종 등 육성 선수 모두가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경기도체육대회가 파주에서 개최하는 만큼 더 높은 성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 감독의 자녀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육상유망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의 딸인 채빈(16)양은 올해 종별선수권대회와 한국중·고 회장기 육상선수권대회에 아버지인 여 감독의 주 종목(400m 허들)을 선택해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두면서 아버지와 딸이 아닌 감독과 제자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여태성 감독은 “딸에게 400m 허들을 권유한 것은 딸의 신체조건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며 “훈련을 시킬 때는 딸이 아닌 제자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구두를 신어보지 못한 아버지가 아니라 제자를 위해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선택하고 넥타이보다는 땀내 나는 운동복을 선택한 여 감독의 열정에 파주시의 육상미래는 밝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