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등 서해5도에 사는 주민들의 삶은 여러 모로 궁핍하다. 어업을 주로 하는 이들은 접경지역이란 이유로 어로에 제한을 받는가 하면, 불안한 생활을 견뎌내야 한다. 각종 기반시설도 미흡해 어려움을 겪는 데다 북한의 도발 우려로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국가에서 이들 주민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부가 올해로 종료 예정이던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을 5년 연장했다. 최북단 섬 주민 지원에 2025년까지 총 7585억원을 투입한다. 신규 사업으로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정주생활지원금 지원·노후주택 개량 등 기존 지원 사업도 계속 벌인다. 이 계획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백령도 등 최북단 서해5도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1년부터 10년간 모두 9109억원(민간자본 포함)을 투입해 주거환경 개선 등 78개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예산 집행률은 고작 40%에 그친다. 컨벤션센터·대형호텔 등 국제관광휴양단지 조성 민자유치 사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국비사업의 경우도 올해 말 기준 이행률이 62% 수준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종합계획 기간을 5년 연장하기로 하고 사업 전반을 재편했다. 2차 종합계획에선 주민 정주여건 개선, 안전·편의시설 확충, 일자리·소득 기반 마련 등에 초점을 맞췄다. 정주여건 개선과 관련해선 의료시설이 열악한 서해5도 지역을 순회하는 200t급 병원선을 신규 건조한다. 백령공항 건설, 연평항 건설, 백령항로 대형여객선 도입 등 주민 숙원 대형 사업은 관계부처와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추진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좀더 구체적·세부적인 안을 제시해 생활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여겨서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기존에 약속한 계획들도 다 지키지 못한 터에, 새로 내놓는 안은 어떨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반응을 새겨 들어야 한다. 모든 계획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작이다. 책상머리에 앉아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서해5도 현장을 찾아 주민 목소리를 살피라고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