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신흥동, 2020.
▲ 인천 신흥동, 2020.

 

 

중복을 코앞에 두고 있다. 사무실의 에어컨이 그 어느 때 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하루종일 가동되다 보니 에어컨이 결국 탈이 났다. 며칠 전 비가 많이 온 날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된 천정에서 물이 떨어졌다. 수리 기사가 오기 전 발생 원인에 대해 직원들간 잠시 소소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빗물이 벽을 타고 들어와 시스템에어컨 쪽으로 떨어진다는 의견, 비오는 날이면 냉매가 유입되는 관 부근에서 습기를 만나 결로 현상이 생겨 물이 떨어진다는 주장 등이었다. 전문 기사가 방문해서 원인을 찾아내고 처방할 일이지만 어쨌든 장마로 인한 원인이 분명하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서로 엇갈리는 듯하다. 2019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레인(The Rain)'에서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담은 비를 피해 생존해가는 남매의 스토리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바이러스를 품은 죽음의 비를 피해 희망을 찾아, 해답을 찾아 삶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과 많이 닮아있다. 1952년 상영된 고전 뮤지컬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에서는 사랑 이야기를 비와 함께 아름답게 그려냈다. 주인공 '캘리'가 비를 맞으며 부르는 'singing in the rain' 장면은 압권이었다.

긍정과 부정의 시선이 늘 존재하는 빗물이지만 요즘의 폭우는 엄청난 피해를 주며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는 비로 인해 사상 가장 큰 피해를 겪으며 수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인천지역은 큰 피해 없이 올 장마를 보내고 있다. 낭만적인 비는 아닐지라도 오늘 예보된 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시원하게 씻어 낼 수는 없을까? 영화 같은 상상을 하며 우산 하나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