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영만 김포시립도서관장.
▲ 소영만 김포시립도서관장.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공공시설 운영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의 휴관도 장기화하고 있다.

2차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후 레닌그라드 봉쇄를 위해 영하 30도가 넘는 강추위 속에서 900일 동안 식량과 연료 공급을 차단했지만 레닌그라드 과학아카데미 도서관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굶주림, 추위 속에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이 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주민들이 책을 통해 평화와 안식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례없는 감염병 시대에 살면서 무조건 도서관의 문을 열 수는 없는 일이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거나 반납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자 문화의 거점으로 그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도 도서관 개관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도서관 종사자들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는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서관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까? 등등.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본격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 언택트 문화 확산에 맞춰 도서관도 기존과 다른 운영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장기도서관 등 5곳의 시립도서관을 두고 있는 김포시의 경우 코로나19로 휴관이 결정되고 장서 점검과 표지보수, 이용자 동선을 고려한 자료실 공간 재구성 등 시간이 없어 밀어 놨던 일들을 끝낼 수 있었다.

환경정비와 함께 언택트 서비스 강화를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드라이브 스루와 워킹 스루 방식의 대출도 여기서 출발했다.

처음 코로나19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책을 대출할까 생각했지만, 막상 하루 평균 900여 명 정도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점점 더 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강사 섭외까지 끝나 올 1년간 운영할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계획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어 시작된 온라인 강의.

막상 시작한 일이지만 온라인 강의에 적합한 플랫폼 방식과 강의주제 선정, 강사 섭외 등의 일도 쉽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강의를 위해 수많은 테스트 등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6월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각 도서관은 라이브 온라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화상회의 앱 리모트미팅(Remotemeeting), 줌(Zoom), 웹엑스(Webex)를 이용해 강사와 수강생들이 소통하는 화상 강의도 시작됐다.

도서관별로 인스타그램, 카카오TV, 밴드 등 공식 채널을 개설해 진행하는 특색 있는 온라인 강의도 활기를 찾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로 진행된 화상 강의 ‘3D 펜으로 그려본 세상’은 600회, ‘청소년 역량개발 진로 독서프로그램’은 900회, ‘9988 건강법’은 12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도서관의 새로운 운영방식은 지역교류의 폭도 넓히고 있다.

김포시립도서관 강의 자료가 인근 지역의 병원 홍보자료로 활용되면서 홍보 효과도 덤으로 얻고 있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수준 높은 강의여서 가능했던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맞아 도서관의 숙제는 이제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들의 역차별 해소 방안 마련이다.

다행히 정부의 공공시설 운영재개 허용 방침에 따라 오랫동안 닫혀 있던 도서관도 재개관하게 된다.

하루속히 도서관마다 사람의 온기와 책장의 여유가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모든 사서와 함께 외쳐본다. “도서관은 살아 있었다”고.

 

김포시립도서관 소영만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