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덜 치는 작물 선택…해풍 맞아 당도 높아
직거래 제약 블로그로 극복…95% 온라인 거래

 

“흙냄새가 좋아서 단호박 농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인천 옹진군 북도면 단호박 농가들은 요즘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봄에 재배를 시작한 단호박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예순(62·여)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권 씨는 단호박 농사를 한 지 약 13년이 된 베테랑 농부다. 북도에서 가장 먼저 단호박 재배를 시작한 농가 중 하나다.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까 고민을 하다가 농약을 덜 뿌리는 작물을 재배하고 싶어서 단호박을 재배하게 됐습니다. 우리 가족 먹으려고 재배했던 게 어느새 수익원이 돼 버렸네요.”

북도면의 단호박은 해풍을 맞고 자라 당도가 높다. 여기에 농가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서 그런지 맛 또한 좋다고 소문났다.

그러나 섬 지역이다 보니 직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권 씨는 블로그 등을 통해 단호박을 판매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처럼 인터넷 등을 잘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북도에서는 인터넷을 잘 다루는 실력자로 불린다.

그가 재배한 단호박의 95%가 온라인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주문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특히 그가 판매하는 것 중 가장 잘 팔리는 것은 '꾸러미' 상품이다. 이웃 주민들이 재배한 작물들을 묶은 상품으로 단호박에 피망, 대파, 옥수수 등으로 이뤄졌다.

“단호박 농사를 하기 전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농사 관련된 글을 올리다가 어느새 제 글을 보고 단호박을 찾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유통 경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후 이웃 중 농산물 직거래가 힘든 이웃들의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권씨는 절임배추를 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옹진해머금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다.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몸이 힘들다는 게 느껴져요. 항상 '10년만 젊었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이젠 많은 일을 하진 못하겠지만 지금 해오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