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우차 사태 직접 보고 쇼크
비정규직 실태 파악하며 단체 만들어
“살기 위해 양보하면 안 되는 사회 돼”

 

“인정은 사라지고 서로가 벽을 만들어 경계하는 냉혹한 사회가 됐습니다. 이 속에서 청년과 같은 노동 약자들은 힘겨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도 내 청년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써온 박승하(39·사진) 일하는2030 대표(수원 소재)는 현시대의 노동구조를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사회가 변함없다면 '공동체 정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청년 노동자들이 사회 부속이 아닌 주인공으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가 청년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나선 계기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꾼 일이기도 하다.

스무 살 무렵. 우연히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가 피 흘리는 사진을 접했다. 부평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사진이다. 처음에는 '설마'했다.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노동환경의 불합리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현장을 찾아 실상을 확인한 후 그는 경악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경찰과 용역업체가 유혈진압 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그때야 민주정권에서도 한국 노동자의 현실은 처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공익적 삶'으로 바꾼다. 그러던 중 2015년 수원지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점검하는 기회가 생겼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비참한 환경, 박탈감 등으로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아픔을 담고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그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탄생한 단체가 일하는2030이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저시급 1만원 캠페인', '길거리 상담', '취미 활동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고 김태규씨 산재 사망사고처럼 목소리가 필요한 노동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갔다.

박 대표는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어라고 했다.

그는 “소확행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단어”라며 “바꿔 말하면 대확행이 어렵기에 소확행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내가 살기 위해서 양보하면 안 되는 사회가 됐다. 취직도 경쟁으로 받아들인다”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도 노력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 자리를 빼앗긴다는 그릇된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어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사회에 만연하다”며 “취직하지 못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력하지 않은 사람, 즉 밟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연금 수령자,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려워진다”며 “청년, 이주민 등 어려움에 놓인 노동자를 우선 돌볼 수 있는 정책 변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