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기 환자란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으로 말미암아 회복의 가망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의 종말기 환자는 다섯 단계, 즉 부인-분노-흥정-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종말기를 오래 보내게 되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다섯 단계를 거치지만 이 과정은 각 단계별로 뚜렷하게 구분되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간다기보다는 전체적인 반응의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통증의 증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 사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알지 못하는 두려움 등도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종말기 환자는 다양한 문제를 지니고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되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인생을 생산적으로 유지하며 삶의 질을 파괴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다.

어떤 환자의 경우, 종교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남은 시간을 긍정적이며 생산적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런 종말기 환자들을 위한 치료의 목표를 퍼틸로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 것, 신체적인 기능을 유지하게 할 것,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미음을 갖게 할 것, 그리고 환자를 정서적인 면에서 지원할 것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음악은 종말기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 모두의 신체적, 심리적, 감정적, 사회적, 정신적 필요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채워 줄 수 있다. 신체적인 필요의 영역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은 이완을 유도하는 데 사용되거나 통증에 대한 지각을 줄이고 신체적 활동이나 운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한다.

음악을 감상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것은 환자가 통증에서 주의를 돌릴 수 있게 하며, 걱정과 불안의 짓눌림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스핀치는 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거나 여러 주파수의 음을 집중적으로 듣게 하는 '음악목욕'이라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해결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노래는 환자의 자아를 유지하거나 확립시키며, 지난 세월의 중요한 경험을 승화시키며, 아이디어나 감정을 표현하게 하며, 현재의 여러 가지 당면한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토의하도록 유도한다. 종교적인 음악, 특별히 가사가 있는 노래는 자신의 분노나 두려움,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의미를 확립시켜 주며,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단 음악 활동은 노래, 작곡, 즉흥연주 또는 적극적인 음악 감상과 토의를 통해 종말기 환자에게 사회적인 활동의 장소와 지원을 해준다.

한편, 음악치료를 주도하는 음악치료사에게는 이러한 환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는 시간일 수 있다.

죽음의 길을 가는 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능력의 한계와 제한된 시간을 위한 치료 목적을 설정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언제일지 모르는 마지막 세션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매번 세션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일하는 음악치료사는 자신의 일차적인 역할과 도울 수 있는 영역을 잘 인식해 환자의 상태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느껴서 자칫 감정적으로 너무 깊이 빠지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윤정 음악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