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CoV-2, RNA 바이러스,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비말(飛沫) 감염 …

생명공학전공 학부 2-3학년 정도는 되어야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는 전공자의 용어들이 어느새 전국민의 일상 단어가 되어 버렸다. 우리 국민은 위기 극복의 저력 만큼, 학습 능력 또한 훌륭해서,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신드롬을 일으킬 때는 초_중_고생도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얼마전까지 미세입자 차단율을 표현하는 KF80, KF94 등의 전문용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수준이 되었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승승장구를 이어가, 이젠 주식시장의 시총 상위 종목에서 흔하게 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가치나 기대가 다소 많이 반영되어, 주식투자 판단 주요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이 수십, 수백배까지 달해 코스피 평균의 5배를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러, '적정 미래가치를 반영한다'와 '버블을 이용한 투기'라는 의견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며칠 전 “모더나, 27일부터 코로나 백신 임상3상 돌입”을 보도한 기사를 접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이 기사의 내용이 제법 읽힐 정도로 우리의 학습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 기업은, 대학은, 연구소는? 이라는 의문과 더불어 미국 주식이라도 빨리 투자를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미국 모더나(Moderna)社는 다양한 모드의 Mode와 RNA의 합성어다. RNA는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유전정보로서, 어떠한 RNA를 도입해도 그 정보에 맞는 단백질을 인간의 체내에서 생산하여 바이오의약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꾸준한 연구와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요즘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은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선택과 집중, 그리고 기술 공유를 통해 발전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최첨단 바이오텍을 이끌고 있다.

MIT켄달스퀘어(Kendall Square),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이하 RTP), 스타시옹 에프 (Station F) …

위의 단어들은 바이오 전공자들의 용어를 쉽게 구사하는 우리들도 생소하다.

하지만 위의 모델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정부와 기업 주도로 스타트업, 학교, 연구소들이 어우러져 기술개발과 혁신,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집단연구 공동체 마을이다.

특히 RTP는 가장 성공적인 지역혁신클러스터의 사례로 이미 조성된지 60여년이 되었고, 파크 내 3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은 학교, 연구소들과 협업을 통해 수많은 혁신신약을 탄생시키고 전 세계 기술을 리드해 왔다.

우리 인천도 바이오 볼모지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리드하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기업을 비롯해, 30년 넘게 꾸준히 바이오 연구와 교육을 이끌어오면서 지역 바이오전문인재를 양성한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그리고 수많은 바이오 스타트업과 남동공단의 중견 기업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천시민의 기대와 열망이 있다.

이젠 “가끔 바이오”가 아니라, “자주 바이오.”

고약한 코로나는 곧 사라지겠지만 잊혀지지 않는 바이오가 되어서, 언젠가는 돌아올 팬데믹 상황에서, 인천 바이오 공동체 마을이 “세계 최초 백신 임상 돌입, 최대의 바이오공정 인프라로 전 세계 백신 공급”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기업과 학교, 그리고 마을이 공존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잊혀지지 않는 지속적이고 장기적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전태준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