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활성탄 여과지 문제 인정하고 15일 “가정집서 서식 가능” 딴소리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쳐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에도 인천시가 잇따른 수돗물 사태에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벌레 유충' 사태 초기 시민 개개인의 위생 관리 소홀을 주요 원인을 지목했으나 이후 공촌과 부평정수장에서 차례로 유충이 발견되면서 책임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탓이다.

 

▲깔따구 유충은 어디에나 있다?

서구 당하동 빌라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0일쯤 수도관과 연결된 필터에서 살아있는 벌레 유충을 처음 발견했다. A씨에 따르면 민원을 접수한 이후 방문한 상수도사업본부 담당자는 물을 채수하고는 “빌라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A씨는 “빌라가 지어진 지 4~5년 정도 지나면 부식이 진행돼 수도관, 계량기 안에서 벌레가 알을 깔 수 있다고 하더라”며 “빌라 문제라고 강조하더니 (언론에 보도가 난) 나중에야 원인을 분석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가 벌레 유충 수돗물 사태 초기에 시가 각 가정에서의 위생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두고 원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흘 뒤에서야 수돗물 공급원의 문제임이 처음 밝혀졌다. 지난 13일 공촌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 활성탄 여과지에서 처음으로 깔따구 유충 개체가 발견되면서 시는 과실을 처음 인정했다. 이후 민원이 들어온 가정의 개체와 공촌정수장 발견 개체의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동일한 유형임이 최종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는 부평·계양구에서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 각 가정의 문제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박영길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긴급 기자브리핑에서 “이날까지 접수된 부평·계양 민원 14건 가운데 현장 조사 결과 4곳에서만 벌레 유충이 확인됐으나, 가정집에서 충분히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벌레'를 걸러낼 거름망도, 지침도 없었다

이후 서구 권역의 공촌정수장에서 발견된 벌레 유충은 북부권인 부평정수장에서도 확인됐다. 잇따른 민원에 모니터링을 확대한 시가 지난 18일 정수장과 배수지 3곳 등에서 벌레 유충의 추정체를 발견한 것이다. 이전까지 계양구와 부평구 등 가정집에 공급되는 수돗물에 벌레가 지속 번식하고 있었으나 시는 이에 대해 별도의 인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로써 나머지 남동·수산 정수장 등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시 정수장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는 우선 임시방편으로 배수지 거름망 설치, 배수지 청소, 고도정수처리시설 이용 중단 등 관련 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리고 원인 분석 작업에 나섰다. 정경윤 한강유역환경청장은 “전국 최초로 벌레 유충이 발견된 인천시 사태로 전국 정수장 시설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며 “인천 사례에 대해서는 합동조사단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