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탔던 인천 주택 가격에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서울, 경기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저평가받던 인천이 주목받는다는 소식이 이례적이었다.

부동산 투기가 인천까지 이어질 정도로 확대됐구나 하는 우려와 함께 인천이 혹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건가 하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수도권으로 묶이지만 아파트 평당 분양 가격의 경우 인천의 배가 넘는데도 서울, 경기 지역에 대한 관심이 인천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천지역 부동산 상승세가 코로나19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16일 기준 인천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53% 올랐다. 이는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주간 상승률로는 최대치로 집계됐다. 사실 인천이 부동산 가격으로 주목받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자유구역에만 관심이 쏠렸다. 또 인천 아파트값이 아무리 올랐다 하더라도 서울 변두리 지역 전셋값 수준인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전세살이 5억~6억원도 버겁다는 말이 인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인천 등이 견인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신도심 중심의 인천 일부 지역 이야기가 아닌 원도심 역시 관심을 받았다.

옛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달라진 인천의 주거환경이 상승 원인이라는 한 부동산 관계자의 의견이 인천시민의 한 사람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대형 공원 등 녹지 공간 확충, 서울 7호선 및 서울 5호선 인천 연장 추진, GTX-B 노선, 제3연륙교 추진,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등이다. 씁쓸하게도 서울 지향적인 교통 정책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서울, 경기 지역 부동산 열기가 후끈 뜨거워지며 사람들이 밀려들 때 인천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 밀려드는 쓰레기를 맡아 처리해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를 품어 안아줬다.

서울, 경기가 미래에 남겨 줘야 한다며 그린벨트를 지킨다고 선언했을 때도 정부는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해 계양지역 대규모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는 계양테크노밸리 3기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듯한 인천이란 도시에서 집값 상승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넘어 그동안 인천에 억울한 이미지였던 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싶다. 인천지역 부동산 카페에서는 인천이 재조명받는다는 이야기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모처럼 달라진 인천 분위기에 유충 수돗물이 찬물을 끼얹었다. 인천을 떠나고 싶다는 글들이 지역 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작년 인천은 붉은 수돗물로 그야말로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서울 한 행사에서 만난 한 울산광역시 공무원이 인천 수돗물 상황을 물으며 자신들은 같은 사고 터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을 건넸던 기억이 있다.

이후 수습되는가 싶었던 수돗물 사태가 올해 유충으로 번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유충 수돗물이라니 인천 떠나는 것을 고민 중이다' '붉은 수돗물 때도 꾹꾹 참았는데 이제는 벌레라니 멘붕' 등 시민들의 글이 뼈아프다.

유충 수돗물 사태에 대한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들도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인천시는 여전히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강남을 포함한 서울이나 경기 지역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양질의 다양한 일자리와 수준 높은 교육 및 문화 인프라, 지하철 등이 중심이 된 편리한 교통 접근성 등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누리려 사람들이 모여드니 집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인천은 민망하게도 어느 지역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 수돗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품격있는 도시는 서울 지향적인 교통인프라와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른 집값 상승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누려야 할 기본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을 때, 그때가 그나마 시작이다. 지금 인천시민들은 타 지역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는 수돗물을 또다시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충 수돗물로 두려운 것은 집값 하락이 아니다. 유충 수돗물로 그나마 나아진 인천 도시 이미지가 추락할 것 같은 불길함이다.

 

이은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