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강화 그리고 김포 등 한강하구 인접 지역의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주축이 되어 2005년부터 시작한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가 한국전쟁 70년을 맞는 올해까지 16년을 잇게 된다. 그간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승선한 배를 실제로 띄운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하지만 이 행사의 의미에 역점을 두어온 몇몇 시민단체는 그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정전협정일인 7월27일 즈음엔 종이배를 띄우든 한강하구를 바라보며 마음의 배를 띄우든 닫힌 한강하구가 열리기를 염원하는 행사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 행사를 주관해온 시민사회는 1953년 7월27일 체결한 정전협정 1조 5항에 “한강하구의 수역으로서 그 한쪽 강안이 일방의 통제 하에 있고 그 다른 한쪽 강안이 다른 일방의 통제 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행에 이를 개방한다. 첨부한 지도(첨부한 지도 제2도를 보라)에 표시한 부분의 한강하구의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쌍방 민간선박이 항해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라고 민간선박은 한강하구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며 첨부한 지도에 자유항행 구간(한강·임진강 합수부~강화도 북안~예성강 합수부~교동도 북안~황해도 굴당포·인천시 불음도)도 명확히 설정된 지상의 군사분계선과는 다른 성격의 중립지역임에도 국방부를 통해 항행의 안전 문제 등의 합당치 않는 이유를 들어 한강하구 진입을 직간접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유엔사'라는 주장이다. 휴전협정문에 서명한 당사자인 '유엔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한강하구는 북에서 온 임진강과 남에서 온 한강이 만나 도도한 물결을 이루어 황해도에서 내려오는 예성강을 널찍한 품으로 받아 안고 서해바다로 나아가는 넉넉한 통합의 강이다. 고려시대 개경과 가까운 예성강의 벽란도(碧瀾渡)는 송상(宋商)과 아랍상인들은 한강하구를 거쳐 드나들어 국제교역항이 됐고 조선시대 한성의 마포나루를 드나들던 조운선들과 지방의 물산을 나르던 임진강의 황포돗배도 한강하구 물길과 물때를 따라 오갔다. 한강하구는 1953년 휴전선이 그어지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이 반도에 자리 잡고 살기 시작한 때부터 일제 강점기에도 1948년 남북이 38선으로 갈라진 이후에도 심지어 한국전쟁 통에도 이 강변에 살던 이들은 이 강의 남북을 오가며 이 강에 기대어 살아왔다. 그래서 이 강변에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한강하구를 '조강(祖江)' 즉 '할아버지 강'이라 부른다. 소식도 없이 흩어져 살던 자식들조차 군말 없이 품에 안아 받아주는 할아버지 같이 푸근하고 여유롭고 너른 강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한강하구가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 그리고 수역 인근 주민의 실생활 등이 한강하구를 '국제수로(international water ways)'로 간주하게 하고 국제적 관례에 따라 '민간선박의 자유항행 허용'하는 정전협정문의 1조5항을 만들도록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총구에 열이 식기도 전에 만든 정전협정문에도 항행이 자유롭게 허락된 한강하구가 총구가 식은 지 오랜 지금은 발조차 담글 수 없는 금단의 강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1990년 11월에 한강 하류와 임진강변의 제방 유실 복구를 위한 남측 준설선이 한강하구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2005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송아지 구출, 염소 회수, 준설선 예인 및 거북선 이동을 위해 한강하구를 항행했다.

즉, 한강하구를 항행한 선례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작년에는 9·19군사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남북공동으로 수로 조사를 마쳤음에도 시민들의 한강하구의 진입은 아직 막혀 있는 상황이다.

한강하구는 정전협정문에서 보듯이 서해바다로 열린 공간이며 양측 모두에게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된 중립수역이고 무장을 허용하지 않는 평화수역임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 한강하구에도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은 오갈 터인데 왕래하는 배가 없다는 걸 인식하는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다. 북·중 접경도시 단동의 한국 관광객은 두만강에서 뱃놀이를 하면서도 한강하구에서 뱃놀이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여, 필자는 늘 우리 국민들에게 '정전협정에 허용된 자유, 한강하구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구속하는 유엔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의 힘으로 한강하구를 명실상부한 평화수역으로 전환하는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희소식이 들려 왔다. '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조직위'가 오는 7월27일 정전협정일에 배를 서울 한복판 광화문으로 항행(?)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배가 가야할 물길을 막으니 배가 뭍으로 갈 수밖에 …

 

 

정세일 생명평화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