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강화군 이어 부평구·계양구서도 신고
상수도본부, 공촌정수장 여과지 원인 지목
공정 전환·배수지 청소 약속에도 여론 비등
▲ 인천 서구에 이어 부평구 지역 수돗물에서도 벌레 유충이 발견된 15일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원들이 대체급식을 나르고 있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이 발생한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검암동·마전동 등 5개 동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전날부터 수돗물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급식이나 생수로 조리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제2의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로 불리는 인천 수돗물 벌레 유충 발견 신고가 서구를 시작으로 부평·계양구까지 번져가고 있다. 우후죽순 벌레 유충 신고가 우후죽순 느는 동안 인천시가 사실상 시민들의 불안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인다.

박영길 시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김광용 시 기획조정실장은 15일 시청에서 긴급 기자브리핑을 열고 “공촌정수장에 설치된 고도정수처리공정 활성탄 여과지에 다섯 군데 샘플을 채취한 결과, 한 군데에서 깔따구 유충으로 보이는 개체가 발견됐다”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직후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공정 사용을 중단하고 표준 공정으로 전환했으며 연결된 서구 검단과 강화 등 배수지 2곳에 청소를 시작했다. 나머지 배수지 청소도 일주일 이내에 완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시가 벌레 유충 발생 원인으로 공촌정수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시에 따르면 공촌정수장은 활성탄 여과지를 설치하는 1차 고도정수처리시설 공사만을 마쳐 일부 개방돼있는 상태다. 상수도본부는 내년 6월쯤 정수장에 오존 산화 시설을 설치하는 2차 공사를 끝낸 이후에야 시설을 밀폐 처리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공촌정수장 여과지에 생존한 벌레 유충이 서구·영종도·강화군 등 26만여 세대 가정집에 수도관을 통해 흘러간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시가 원인 규명을 두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엿새 사이, 인천에서 접수된 벌레 유충 관련 신고 건수는 101건(오후 1시 기준)으로 늘었다. 이틀 전만 해도 서구 왕길동, 당하동, 원당동 인근에 집중됐던 신고는 강화군과 부평·계양구까지 확대됐다.

시에 따르면 부평·계양에서 접수된 민원 14건 가운데 현장조사 결과 4곳에서 벌레 유충이 확인됐으나 물이 공급되는 부평정수장에서는 벌레 유충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곳의 경우 물탱크·저수조 등 벌레 유충이 번식할 수 있는 서식 환경이라는 게 시 설명이다. 또 강화군에 접수된 민원 1건도 벌레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민원이 늘어난 데는 시가 민원 대처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루 만에 3600명이 넘게 서명한 청와대 청원 게시글 '인천시 유충 수돗물 문제 해결 및 관련 담당자 징계 요청'에서 A씨는 “인천시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 언제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추홀 생수를 주겠다' 안내만 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해결하겠다는 목표도 없이 행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붉은 수돗물 사태를 교훈 삼아 더 잘 관리할 수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박남춘 인천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이른 시일 안에 수질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