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돗물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인천시에 또 수돗물 속에 유충이 발생해 물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9일 인천시 서구 왕길동의 한 빌라에서 수돗물 속에 유충이 발생했다는 민원을 시초로 15일까지 서구 원당동•당하동•마전동, 강화군 등의 가정집 수돗물에서 벌레가 발견됐다는 민원이 101건 발생했다. 시는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되는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옮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시가 첫 민원을 접수하고도 며칠 동안 이를 숨겨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유충 발생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14일 오전에야 대응상황을 공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도 13일 오후에야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유충 발생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시장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도 민원 접수 5일만인 14일에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인천시교육청은 뒤늦게 14일부터 서구 관내 유치원과 학교 39곳의 급식을 중단했다. 시는 유충 종류도 파악하지 못하다가 14일 오후에야 '깔따구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며, 서구 3만6000가구에 수돗물 음용 자제를 당부했다.

그동안 서구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얼른 물 챙겨라. 다시 물전쟁이 시작됐다”, “작년엔 적수였는데 이번엔 벌레라니”, “싱크대에 애벌레가 있어서 기겁을 했다”는 등 주민들이 항의가 잇따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 주민들은 수도꼭지나 샤워기 필터 안에서 유충이 기어가는 사진과 영상까지 맘카페에 올렸다.

게다가 서부수도사업소 측은 13일 밤 취재진이 사실관계를 묻자 “기사가 나가면 주민들이 더 불안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니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인천시는 부실하고 안일한 대응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적수 사태를 겪고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은폐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시민들이 이제 인천시는 못믿겠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