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남자친구와 6개월 정도 사귀다가 동거를 하면서부터 남자친구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애정표현도 잘하고 자신을 잘 배려해주고 직장에서 늦게 와도 항상 기다려주던 남자친구는 더 이상 젠틀맨이 아니었다. 페르소나인 가면이 벗겨지면서 자신의 진솔한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소리 지르기, 자기를 무시한다고 물건 던지기,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성격이었다.

그러면서 여성은 남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순종적인 여성을 자기는 좋아한다고 하면서 여성은 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들레가 직장에서 회식으로 늦어질 때는 문자나 전화를 수십 번씩하면서 빨리 오라고 독촉을 한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고 민들레 핸드폰에 위치 추적을 깔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두 통제하려고 한다. 점점 남자친구의 폭력성에 길들여지고 무기력한 민들레는 더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헤어지자고 하니 “너 없으면 나 죽어버릴거야”하면서 칼을 들고 위협을 했다.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으로 사랑을 위장한 폭력이며 협박이다. 아무리 사랑을 하는 사이라도 안전한 대상이 아니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불안을 조장하고 위협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면 빨리 판단해야 한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데이트 폭력을 “애인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나를 믿을 수 없다고 부당하게 비난한다. 친구나 가족들을 못 만나게 한다. 학교나 직장에 가는 걸 방해하거나 막는다. 술을 마시면 화를 많이 낸다.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통제한다. 내가 결정해야 할 것을 자기가 결정한다. 남들 앞에서 나를 모욕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나 재산을 파괴한다. 나 혹은 아이들, 애완동물을 다치게 하겠다고 하거나 흉기를 사용하겠다고 협박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성관계를 강요한다. 자신의 폭력 분출을 상대방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화가 나면 자해하겠다고 위협한다”로 규정한다. 여기에 1개라도 해당되면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대부분 가해자들은 양육자로부터 방치나 유기 학대의 경험들로 관계에서도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고 분열된 자기상이나 파편화된 이미지로 보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좋고 나쁨으로 통합성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다. 부모의 거부와 조롱, 혐오나 경멸로 수치심을 느낀 아이는 타인과 관계에서 움츠리며, 자신이 사랑스럽지 못한 사람이라고 열등감을 느낀다. 수치심을 너무 많이 당한 아이는 수치심에 매인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며 비판받거나 무시_공격당한다고 느끼면 곧바로 분노가 폭발하는 버럭파가 된다. 분노는 수치심에서 저절로 발생하는 감정이며 자기방어의 한 방법이다. 분노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나타나게 될 경우 분노에 집착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데이트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은 폭력에 단호하게 말하고 폭력의 정당성을 어떠한 이유라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가해 대상을 떠나지 못하고 거절을 못한다면 심리상담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다시 건강하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하면 날짜와 시간 녹음이나 증거자료를 남겨두어야 한다. 친구나 가족에게 SNS로 폭력에 대한 문자를 남긴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경찰에 당당하게 신고할 수 있어야 자기를 보호할 수 있다.

 

김혜숙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