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20년이 절반 지났다.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가 인간의 삶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현장을 생생히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도 인간 역사 속에서 수없이 나타났던 하나의 도전에 불과하다. 어느 역사학자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수많은 도전이 있었기에 인간의 문명은 진보하게 되었다. 머지않아 코로나19는 극복되고 새로운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인간이 도전을 이겨내는 과정은 현재의 기준을 파괴하고 뉴노멀(New Normal)을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코로나19 사태도 단순히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로 끝낼 수는 없을 것이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직접 보았듯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가 언제 어떻게 인간을 괴롭힐지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완전한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 생활양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뉴노멀을 정립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뉴노멀이 바로 언택트(Untact)화이다. 언택트화는 인간의 접촉을 최소화하여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자, 경제활동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회 전반에 뉴노멀이 되고 있다.

당초 언택트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인 언택트 마케팅에서 유래하였다. 언택트 마케팅은 때마침 진행 중이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하였다. 여기에서 인간의 놀라운 응전 능력이 발휘되었다. 언택트 기술을 마케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적용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반년도 안되어 우리 사회는 빠르게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었다.

언택트 시대를 선도한 것은 기업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녹다운(봉쇄)되고 통행이 제한되면서 기업은 언택트로 소통하고, 교역하며 기업 활동을 유지하였다. 일부 대기업, 스타트업 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언택트 방식이 이제는 많은 기업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화상회의, 국내외 바이어와의 화상상담,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등 언택트 방식을 이미 업무에 도입하여 활용 중인 기업이 28.7%나 되었으며, 도입 예정인 기업도 18.2%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70%에 달하는 기업이 언택트 방식의 업무 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뉴노멀이 되고 있는 언택트 방식을 도외시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기업은 사회구성원 누구보다 먼저 언택트 방식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언택트 방식의 업무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절반이 넘는 기업은 언택트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업무 특성상 언택트 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장비 및 공간', '정보', '자금 및 인력', '임직원 인식' 등 다양한 제약 요소가 언택트 방식 업무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력, 장비, 공간 등이 열악한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언택트 방식의 업무 적용이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또한, 언택트 방식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확산되면서 기업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언택트 관련 콘텐츠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기업이 활용하기에는 아직 불편함에 많은 것도 기업이 언택트 방식의 도입을 꺼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제 기업 지원기관이 나서야 할 때다. 기업이 언택트 시대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지원프로그램을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언택트 관련 장비, 교육, 공간 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언택트 관련 콘텐츠 개발과 표준을 만드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 절대적인 강자가 없는 언택트 관련 콘텐츠 시장에서도 인천기업이 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는 기업도, 개인도, 사회도 피할 수 없는 뉴노멀이 되었다. 언택트라는 뉴노멀에 적응하고, 뉴노멀을 선도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오홍식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