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맞선 인천문화·예술계]


코로나 위기 탈출구 찾아 다양한 실험으로 생존 모색

최근 인천문화재단 기획한 초등학교 깜짝 퍼포먼스
흔하게 보던 개미 통해 '일상의 소중함' 메시지 공유하며
아이들에게 재미 넘어 놀이교육으로 발전시켜 주목

'인천 음악도시' 밑바탕이 된 지역 라이브클럽
온라인 중계 등 새로운 공연 도입에 머리 맞대기도
▲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가 간담회를 열고 있다.

 

코로나19가 모든 일상을 뒤바꾼 이 시대, 인천의 문화예술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의 공연과 무대가 멈추고 영화관마저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괜찮은 오페라 한편, 연극이나 연주회로 위로받던 문화생활도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예술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일거리가 없어진 이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생활고를 견뎌야 한다. 언제까지 넘어야 할지 모르는 코로나 보릿고개에 숨이 찬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인천 공연예술계는 비대면·비접촉 공연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 온라인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있다. 거리두기 좌석제와 관객 인증제 등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랜선 공연은 일방적 송출 방식에서 객석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법까지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발코니 음악회나 드라이브스루 전시회 등 코로나 시대에 맞춘 생존법으로 지각변동이 이뤄지고 있다.

 

#학교에 찾아온 예술가들

선생님과 운동장에 나온 학생들이 거대 개미와 마주친다. 개미 다섯 마리는 커다란 각설탕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어딘가로 운반한다. 각설탕을 다 모은 개미들은 운동장 한가운데서 환희의 춤을 춘 뒤 맛있게 설탕을 먹는다.

야외 수업을 나섰다가 갑작스럽게 개미를 만난 아이들은 처음엔 놀라 소리를 지르고 도망간다. 그러나 점점 조심스럽게 개미를 관찰하고 이내 개미를 만져보다가 각설탕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나중엔 학생들도 하나의 일개미가 되어 있다. 개미와 설탕을 옮기는 작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이 기획한 학교문화예술교육이 코로나 시대를 돌파하는 새로운 방편의 문화예술로써 주목받고 있다. 간헐적 등교를 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찾아가 깜짝 예술 행위를 선보이는 '로빙 퍼포먼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개미'라는 제목의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공연을 준비하며 사전에 희망 학교를 신청받았다. 10여개 학교가 신청한 결과 동수초와 용마초가 선정됐다. 센터는 각 학교에서 학년별로 10회 공연을 했다. '개미'에 배우와 무용가 등 5명의 예술가가 출연한다. 20분간 공연하며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고려해 소수의 인원이 차례대로 참가하도록 했다.

이번 공연의 기획자는 길거리에서, 놀이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무가치한 것이 가치 있고 가치 있던 것들이 무가치한 이때 각설탕 하나에 환호하는 개미처럼 발상을 전환하자는 뜻이다. 예술가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제한되고 빈약한 코로나 상황에서도 풍족한 마음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려 했다. 아티스트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는 차원도 있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이번 기획을 다른 고학년 학교와 거리공연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원숙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대리는 "지금은 문화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라며 "예전과 같은 문화적 공급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찾아가는 예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초등학교 강당에서 펼쳐진 '개미' 퍼포먼스./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초등학교 강당에서 펼쳐진 '개미' 퍼포먼스./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인천 라이브클럽의 코로나 헤쳐가기

록, 재즈, 포크, 블루스, 트로트 등의 생음악으로 '음악도시 인천'을 이끌어온 라이브 클럽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천의 작은 대중음악 공연장들이 고사 직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는 최근 집행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협회는 인천의 문화 정체성을 오랜 시간 지켜온 라이브 클럽 운영자들이 모여 조직한 것으로, '흐르는 물', '버텀라인', '락캠프', '뮤즈', '공감', '쥐똥나무', '동인천공감' 등이 속해 있다. 이들은 최소 3년에서 최장 37년 역사를 자랑하며 각자의 장르와 개성을 지켜 인천의 대중음악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항과 일제강점기, 광복, 미군 주둔,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서민적 애환과 삶이 담긴 수많은 대중음악이 태동한 후 이를 계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의 등용문이 되어 줬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객이 끊기고 공연 횟수가 줄다 보니 현재는 아무런 수입 없이 빚을 내 임대료만 메우는 실정이다. 그나마 인천시 지원사업이었던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의 라이브클럽 데이도 올해 축소·연기된 탓에 정상 추진이 어렵게 됐다.

협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대중음악 공연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원섭 인천대중음악전문공연장협회장은 "코로나의 끝이 보이지 않는 만큼 무조건 문화공연을 취소만 할 수는 없다"며 "온라인 공연 중계 장소로 클럽을 활용하거나 소규모 관객 무대를 갖는 등의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