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78일째. 바이러스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우리 주변으로 퍼져 나갔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다. 그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을 지키려는 우리의 몸부림은 일상이 돼버렸다. 집을 벗어나면 밥 먹는 시간을 빼고선 마스크가 신체의 일부분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짧은 시간에 너무 큰 변화가 생긴 탓일까.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란 어둡고 긴 터널을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 시기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며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얼어붙은 경기 아닐까요”

[개인택시 기사 유병목(70) 씨]

-승객 감소로 수입 줄고 노동시간 늘어
-차내 대화 단절 '민심 바로미터' 옛말
-마스크 착용 요구에 언성 높아지기도
-“빈차 부담감 장거리운전 반갑지 않아”

▲ 개인택시를 모는 유병목씨가 인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 개인택시를 모는 유병목씨가 인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동료들과 차를 대놓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반면 승객들과 나누던 대화는 없어졌다.

차를 몰아야 하는 시간도 늘었다. 하지만 수입은 줄었다. 쌓이는 건 피로뿐이다.

코로나19 이후를 살아가는 택시기사들 모습이다.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

승객을 기다리기 위해 차를 대놓고 삼삼오오 모인 택시기사들의 대화가 어느 때보다 길어진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 택시를 타려는 승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30~40분이면 승객을 태우고 나갔는데 이제는 2시간은 기다려야 해요.”

개인택시를 모는 유병목(70·남동구 간석동)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노동시간을 버티기가 만만치 않다.

유씨는 “12시간 일하면 끝날 걸 요즘은 15시간, 18시간 일해도 그 때 수익을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말은 옛이야기가 됐다. 택시는 이제 민심을 주고받을 수도, 주고받아서도 안 되는 공간이 됐다.

“손님과 대화가 줄었죠. 아예 안 하려고 해요. 혼자 계속 얘기하는 손님들도 있는데, 고개만 끄덕이고 대꾸를 하지 않아요.”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다 폭행을 당했다는 택시기사 얘기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택시기사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손님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간혹 술 취한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다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마스크 안 썼다고 못 타게 하면 승차거부가 돼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스크를 안 쓰고 있으면 아예 차를 안 세우고 지나치죠. 그런데 워낙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한 푼이라도 벌려고 마스크 안 쓴 손님을 태우는 기사들도 간혹 있어요.”

택시 안에는 조합에서 나눠 준 손소독제가 항상 비치돼 있다. 택시기사 요청이 없어도 승객들은 이제 알아서 손소독을 한다.

목적지에 손님을 내려준 택시는 바로 출발하지 않는다. 충분한 환기와 방역이 우선이다.

“택시는 서민들 발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서민들 주머니가 비었으니 저희도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제는 장거리 뛰는 게 좋은 것도 아니에요. 돌아올 때 열에 아홉은 빈 차로 오니까요. 많은 게 바뀌었지만 코로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얼어붙은 경기 아닐까요.”

/글·사진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반년 만에 모든 게 바뀌어버렸죠”

[인하대 학생 이예은(22) 씨]

-친구들과 누렸던 평범한 캠퍼스 일상
-비대면수업·랜선모임 등으로 사라져
-수차례 울리는 재난안전문자 '덤덤'
-“포스트 코로나 우리가 적응해나가야”

▲ 지난 9일 인하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이예은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읽고 있다.
▲ 지난 9일 인하대학교 도서관을 찾은 이예은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책을 읽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인 것 같아요.”

지난 9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도서관.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던 도서관에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으로 조용했던 분위기가 깨졌다. 마스크를 쓰고 책을 읽고 있던 이예은(22) 씨도 진동 소리에 휴대전화를 살펴보니 코로나19 관련 재난 안전문자가 와 있었다.

1년에 몇 차례 오지 않던 재난 안전문자는 이젠 하루에 여러 통이 올 정도로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이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수업을 듣고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과제를 하는 등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평범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올해부터는 그런 생활을 보내는 게 어려워졌다. 수업은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친구들과의 만남은 주로 랜선 모임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학교시설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동아리 활동은 전면 금지됐다. 웃음소리 가득했던 평범한 일상이 그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인하대는 동아리방 이용 시 벌점을 매길 정도로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대학생들이 방학 때마다 즐기던 대외 활동도 대폭 축소됐다. 이맘때면 이씨의 마음을 설레게 한 여름 여행도 이제는 먼 나라 얘기다.

그래서 이씨는 이번 방학에 공기업에서 진행하는 기자단 활동을 하기로 했다. 이 활동은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서 직접 체험을 한다는 게 장점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자단 활동 대부분이 기사 쓰기로 대체돼 그의 마음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씨는 “코로나19로 반년 만에 평범한 생활의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며 “이제 코로나19 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적응해 나갈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사진제공=인하대

 


 

“개인 심리적 불안 점점 커질 것…맞춤형 복지·지원책 절실”

[임정희 심리상담전문가 인터뷰]

“저소득층 생계 유지 막막해 우울감도 배가”
“지자체 차원 보호시스템·교육 대안될수도”
“대인 관계시 분노 조절 평소보다 주의해야”

▲임정희 심리상담전문가

“코로나19로 인해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은 점점 커질 거에요.”

임정희(사진) 심리상담전문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코로나19로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 등의 불편감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진자와 접촉자, 일반 시민의 체감도 차이는 있지만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고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으로부터 오는 불안감과 우울감은 같다는 것이다.

“불안감과 우울감 뿐 아니라 시민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앞으로 생계를 유지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죠.”

임 전문가는 시민들이 스스로 여유를 갖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차원의 관심과 교육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앞날이 어둡거나 계획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포자기 하려는 성향을 보일 수 있어요.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이 같은 경우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심리적인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원격 교육 등을 펼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럴 때 일수록 사람들과의 교류 시 평소보다 느끼는 예민함이나 분노가 클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시기에는 일상생활에서 금지된 것들에 대한 강박감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평소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도 참지 못하는 것이죠. 사람들과의 교류 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갈등 유발을 줄일 수 있겠죠.”

임 전문가는 마지막으로 맞춤형 복지 서비스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계층마다 코로나19로 느끼는 박탈감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복지 서비스가 심리 안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감염 위기 속에서도 생계가 우선인 이들의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내놓는 것도 필요합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