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차례 부동산 안정화 대책
집값 상승으로 민심 이반현상

고위공직자·국회의원 상당 수
2채 이상의 주택 보유해 '과장'
당·정·청까지 나서 매각 독려
▲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과세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나선다. 정부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대폭 끌어올리는 부동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에 화난 민심, 왜?…그들의 솔선수범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여 차례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나왔음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21번째로 나온 6·17 대책은 인천·경기 등 수도권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고, 인천 연수·남동·서구 등 3개 지역과 경기 성남 수정,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등 10개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수도권 거의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지만,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오히려 실수요자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6·17 대책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 값은 더 오르고, 공급물량이 부족한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집값 안정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상당 수가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재산을 늘려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 공개하며 비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실제 거주 목적 외 주택처분 서약'의 서약서를 공개하지 않고 미이행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의 이면에는 고위공직자들의 투기성 부동산 재산 보유가 있다”며 “불평등과 격차 심화의 원인인 부동산 거품의 해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채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해왔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부동산 신고재산을 분석한 결과, 신고재산은 평균 21.8억으로 국민 평균 4.3억의 5배에 달하고, 부동산재산은 15.3억(공시가격)으로 국민 평균 3억의 5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300명 중 250명(83%)이 유주택자이고, 이 중 88명(29%)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였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42명(23%) ▲미래통합당 41명(40%) ▲정의당 1명(16%) ▲국민의당 0명(0%) ▲열린시민당 1명(33%)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투기지구,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1주택 외 주택 매각'을 권고하고 서약까지 받았던 민주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지역에 2채 이상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은 강선우(서울 강서갑, 초선), 서영교(서울 중랑갑, 3선), 이용선(서울 양천을, 초선), 양향자(광주 서구을, 초선),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재선), 김한정(경기 남양주을, 재선), 김주영(경기 김포갑, 초선), 박상혁(경기 김포을, 초선), 임종성(경기 광주을, 재선), 김회재(전남 여수을, 초선), 김홍걸(비례), 양정숙(비례) 등 12명이다.

6·17 대책 이후를 기준으로 적용하면 박찬대(인천 연수갑, 재선), 윤관석(인천 남동을, 3선), 이성만(인천 부평갑, 초선), 박병석(대구 서구갑, 6선), 이상민(대전 유성을, 5선), 홍성국(세종, 초선), 조정식(경기 시흥을, 5선), 정성호(경기 양주, 4선),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초선) 등 9명이 추가된다.

인천·경기지역 의원의 주택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김병욱 의원은 경기 성남분당에 2채, 김한정 의원은 경기 남양주와 서울 종로에 각 1채씩, 김주영 의원은 서울 강서구와 영등포, 경기 고양에 각 1채씩, 박상혁 의원은 서울 강서구에 2채, 임종성 의원은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경기 광주와 하남에 각 1채씩 보유하고 있다.

또, 6·17 대책 이후 대상에 추가된 박찬대 의원은 인천 연수와 서구에 각 1채씩, 윤관석 의원은 서울 강남구와 인천 남동구에 각 1채씩, 이성만 의원은 인천 부평구와 연수구에 각 1채씩, 조정식 의원은 경기 시흥에 2채, 정성호 의원은 경기 의정부와 양주에 각 1채씩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대부분 “이미 매물로 내 놨지만 팔리지 않는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경실련이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래통합당도 소속의원 103명 가운데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의원은 41명으로 40%에 이른다. 겉으로는 민주당의 '실거주 1주택' 총선 공약에 대해 “허울좋은 거짓말, 애당초 실천할 수도 없었던 국민 눈속임”이라며 거당적으로 총공세에 나서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언제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일부 인사들은 “주택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말하며 다주택자 주택 매각 요구에 선을 그었다.

경실련은 앞서 국정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역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한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들에게 다주택 처분을 권고한 후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8명의 전·현직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수도권 내 다주택자라고 공개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8일 부동산 정책 담당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은 실거주 목적 주택 1채를 제외한 모든 보유 주택을 매각해야 하고, 매각하지 않으면 직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 소속된 의원 56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16명이 다주택자”라며 “거주목적 외의 주택을 팔지 않는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라 주거부동산 입법을 다루지 않는 상임위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1대 국토위에 소속된 민주당 김회재·조오섭·박상혁 의원, 통합당 박덕흠·송언석·이헌승·정동만 의원과 기재위 소속 민주당 정성호·김주영·양향자 의원, 통합당 김태흠·서일준·유경준·윤희숙·류성걸·박형수 의원이 다주택자다.

참여연대는 다주택자 국회의원 등의 주택 매각을 촉구하는 시민 1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당정청, 민심이반에 '화들짝'…다주택 매각 독려

여당인 민주당은 소속 의원 176명을 대상으로 주택 보유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와 함께 다주택 의원들의 주택 매도 시한을 일률적으로 설정하지 않는 대신 신속히 처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자체 전수조사 결과, 경실련이 발표한 것과 큰 차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지난 4월 총선 때 약속한 '실거주용 1주택 서약' 이행 시기를 당초 2년에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각자의 사정이 달라서 추가로 새 시한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다주택 보유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본 결과 본가나 처가 부모가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기에 전·월세를 놓는 등 당장 처분이 쉽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아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다주택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권고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정세균 총리의 지시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자체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현황을 파악하는 등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 현황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2채), 강경화 외교부 장관(3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3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2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2채) 등이 다주택자로 확인됐고, 정부는 다주택자 매각 대상을 2급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역시 '똘똘한 강남 1채' 논란을 일으킨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주와 강남의 주택을 모두 매각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다주택 참모들의 매각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고위직 참모 중에는 김조원 민정수석(2채), 김거성 시민사회수석(2채), 이호승 경제수석(2채),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2채), 강민석 대변인(2채) 등 5명이 수도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

/김신호·이상우 기자 shkim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