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고속도로를 나와 중봉대로를 달려 인천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앞에 이르면 대로 중앙에 쭉 뻗은 고가도로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 고가도로는 완공된지 오래됐지만 차량이 통행할 수 없다. 20년 해묵은 난제인 인천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간 도로에 속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이 도로의 배다리 관통도로 구간 주민 민원을 풀지 못해 전구간 개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시는 지난해 8월 '1차 중간 민관 합의'를 성사시켜 일단 20년 난제의 실타래를 풀었다. 민관협의회에 참여했던 주민대책위원회가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대신, 5t 이상 차량의 24시간 통행 금지, 주민감시단 운영, 지상부지 활용 협력 등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다시 민관협의회가 공회전하며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중간 합의 이후 민관협의회는 한차례 추가회의를 열고 사실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삼익아파트~동국제강 간 도로의 미착공 구간인 배다리 지상부지 활용을 위한 기본 구상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이 곳에 공원과 복합 커뮤니티센터, 주차장 등의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6개월간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8월 '1차 중간 민관 합의'에 따른 후속 조처인 셈이다. 그러나 민관 합의 1년이 가까워지도록 도로 개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인천시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숭인지하차도를 7월에 착공한다고 밝혔으나 상부공간 활용 용역의 시작으로 실시설계도 중단됐다. 인천시는 상부공간 활용안이 확정되고 설계가 끝나면 내년 하반기에는 숭인지하차도를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차 중간 민관 합의에 대해 민선7기 시정 철학을 실천하는 대표적 민관 협치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 실질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중간 합의는 소통의 시작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좀 더 고삐를 당길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저 거대한 도로 구조물들을 텅 빈채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