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이 난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시장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거나 “시장이 다시 과열되면 부동산대책을 계속 쏟아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에는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대책”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발표된 7_10 부동산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추가대책을 또 예고하고 있다.

1967년에 박정희 정부가 투기억제대책으로 부동산시장에 개입한 이래 53년 동안 51번의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불과 3년 만에 무려 22번의 대책이 나왔다. 평균 1.7개월마다 대책을 발표한 셈이다. 모두 실패하였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필자가 2019년 6월19일자 '인천일보 시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주택정책의 결정 주체가 잘못되었다는 점에 있다. 부동산시장은 지역마다 매우 사정이 다르다. 농촌과 도시는 물론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 안에서도 구마다 사정이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전국에 획일적인 대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어느 지역에도 맞지 않은 대책이 되고 말았다. 말로는 '핀셋규제'를 한다고 했지만 현장과 멀리 떨어진 중앙정부는 애당초 지역실정에 맞는 핀셋대책을 내놓을 능력 자체가 없다. 결정 주체를 현장에 가장 근접한 지방정부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결정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단기간에 너무 자주 대책을 내놓다 보니 전문가의 의견이나 여론이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비전문가인 장관과 역시 비전문가인 청와대 참모진과 청와대 눈치를 보는 공무원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내놓다 보니 똑같은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몇 번이나 수술에 실패한 의사에게 또 수술을 맡겨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내용상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된다는 기본적인 상식이다.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과 이를 반영한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는 엄격하게 검증된 지식만을 가르친다. 부동산가격이 높아서 문제가 된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늘리라는 전문가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보고 투기꾼과의 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투기꾼이 생겨나는 것이지 투기꾼 때문에 부동산정책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자체를 무시한 정책에 전국의 부동산이 고공행진을 하게 된 것이다. 시장의 반란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대출을 막아 수요를 억제하여 서민이 집을 사기 어렵게 하고, 주택보유자와 공급자에게 징벌적으로 세금을 중과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보유세도 높이고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높이겠다고 한다. 서민은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집을 가진 사람은 고통스럽게 된다. 집값을 잡겠다는 부동산대책이 부동산시장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환자의 병을 잡겠다고 너무 독한 약을 처방하여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과 같다.

세금은 원래 세수의 확보를 위한 것이다. 세수는 세출에 맞추어야 한다. 부동산투기를 막겠다고 세금을 막 올려놓으면 지방정부의 재정체계가 혼란된다. 납세자의 반란으로 상징되는 1978년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제안 13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급등에 맞추어 세금을 인상하자 추가소득이 없는 연금생활자들이 저항하여 주민제안을 제기하였다. 그 결과 세금을 20년 전 수준으로 환원시키자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재정파탄이 일어났다. 우리에게 국민발안권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지만 조세저항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효과없는 정책은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 22번이나 실패한 정책은 그대로 둔 채 추가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효과없는 약도 계속 처방하면서 또 다른 약을 추가해서 처방하는 의사와 같다. 이런 의사는 교체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존중하여야 한다. 국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향상하는 데 있다. 부동산시장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여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