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후 민관협의체 휴업
주민 단체는 두 쪽으로 나뉘어
율목동 지역 단절 등 피해 주장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1일 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2020 인천 시민시장 대토론회'에서 민선7기 2주년 성과와 정책방향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인천시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이 1일 시청 중앙홀에서 열린 '2020 인천 시민시장 대토론회'에서 민선7기 2주년 성과와 정책방향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인천시

박남춘 인천시장은 임기 반환점을 돈 지난 1일 후반기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하며 '해묵은 난제 해결' 성과 가운데 하나로 '20년 만의 동구~중구 연결도로 민관 합의'를 꼽았다. '배다리 관통도로'로 불린 이 도로는 전체 4개 구간 가운데 배다리 지역 숭인지하차도만 미착공으로 남아 있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원도심 마을을 관통하며 역사·문화 정체성을 훼손하는 산업도로를 계획한 것부터 잘못됐다”고 반대해왔다.

지난해 8월21일 '1차 중간 민관 합의'로 일단 실타래는 풀렸다. 주민대책위는 '전면 폐기'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대형 차량 통행과 속도 제한, 주민감시단 운영, 주민 주도 상부공간 활용 등의 조건으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민선7기 대표적 민관 협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중간 합의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도록 민관 협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인천 배다리 도로 공사를 재개하는 데 민관이 합의한 지 11개월 만에 인천시가 '숭인지하차도' 상부공간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된구 송현 쌍굴터널 일대 모습.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인천 배다리 도로 공사를 재개하는 데 민관이 합의한 지 11개월 만에 인천시가 '숭인지하차도' 상부공간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된구 송현 쌍굴터널 일대 모습.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봉합된 합의, 갈등의 불씨

중간 합의로 봉합된 갈등은 합의서 체결 때부터 불씨로 남았다. 당시 주민대표 3명 가운데 1명은 탈퇴했고, 1명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합의서 체결 직후였던 지난해 9월 동구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했다. 중간 합의를 이끌어낸 민관협의회는 이 사안을 다룬 8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협의 창구마저 반으로 쪼개졌다. 숭인지하차도 지상부지를 포함해 시는 금창동 일대에서 인천형 도시재생인 더불어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 기구는 쇠뿔고개 더불어마을 주민 조직으로 사실상 일원화했다.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은 “지난해 합의는 소통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1차 중간 합의 이후에도 더불어마을 협의 기구를 통해 후속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주민대책위와 도로 인근 주민 50여명은 지난 2월 '배다리도로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지하차도 상부공간 활용 방안과 주민감시단 운영 등을 건의하고 있다. 이들 두 개 조직에 모두 참여한 주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20년간 갈등이라는 짙은 어둠 속에 방치됐다가 해결의 접점을 찾았다”고 시가 표현했던 합의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구간 협의도 제자리

중간 합의는 배다리뿐 아니라 다른 구간에서도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 지난해 합의 직후 4구간에 해당되는 중구 율목동에서도 지역 단절, 주거환경 피해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는 지난 3월 설명회를 열었으나 숭인지하차도 실시설계 용역 중단으로 주민 의견 반영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합의 당시 “주민대책위를 포함한 인근 지역 주민 의견을 수렴해 개통 방법과 시기를 추후 결정한다”고 했던 2구간(송현터널)도 제자리걸음이다. 시는 숭인지하차도 착공 지연과 주변지역 개발 등을 이유로 협의를 미루고 있다. 이종우 시민정책담당관은 “도로 개통 일정을 고려해 향후 2구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관련기사
배다리 관통도로, 이번엔 개통에 속도 낼까 인천 배다리 도로 공사를 재개하는 데 민관이 합의한 지 11개월 만에 인천시가 '숭인지하차도' 상부공간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도로 개통에 물꼬를 튼 셈이지만 “20년 해묵은 난제를 풀었다”는 시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사 시기는 내년으로 또다시 미뤄졌다. '1차 중간 합의' 이후 민관협의회가 공회전하며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관련기사 3면인천시는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간 도로'의 미착공 구간인 배다리 지상부지 활용을 위한 '기본구상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