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나가려고 독일유학 포기했다"

누나 따라 고교 때부터 배워
국내콩쿠르 싹쓸이한 인천출신 실력파
고민 끝에 독일음대 대신 '라포엠' 선택
우승 거머쥐어 … 연말 앨범 내기로
▲ 라포엠 /사진제공=라포엠

 

▲ '라포엠' 바리톤 정민성 /사진제공=라포엠

 

“결승 1차 경연서 3팀 중 3위를 하니 우리 팀원 모두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어요. 그래도 2차 경연에서 잘하자, 생방송 때 저력을 보여주자며 서로 격려해준 채훈이 형, 성훈이 형, 막내 기훈이 등 팀원들에게 먼저 감사하고 '라포엠' 팀으로 함께 노래하고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런 영광과 행복을 저를 아는 모든 분과 나누고 싶어요.”

지난 3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JTBC 인기 예능 서바이벌 프로그램 '팬텀싱어3' 결승 파이널에서 1차전 꼴찌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제3대 팬텀싱어 우승을 차지한 '라포엠'의 바리톤 정민성은 연화초, 연화중, 인천예고 출신의 인천 토박이 성악가다. 테너 유채훈·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과 함께 팬텀싱어 사상 처음으로 성악가 4명으로 구성된 '라포엠'은 프랑스어로 자유로움을 뜻하는 'La Boheme'과 영어로 '시'라는 뜻의 'Poem'을 합친 단어다. 자유로운 음악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 편의 시처럼 자리 잡고 싶다는 뜻을 담은 '시를 노래하는 보헤미안'이다.

“채훈이 형은 팀의 리더로 든든한 버팀목이고, 성훈이 형은 저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항상 저를 격려했고, 기훈이는 아이돌 미션에서 처음 만났는데 예의 바르고 저와 소리의 합이 잘 맞아요.” 정민성은 팬덤마스크를 차지한 뒤 첫 한 주일 동안 방송출연과 인터뷰 등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돌아오는 바쁘고 힘든 일정을 보냈다.

“1월3일 독일 예선을 통과하고 2월18일 첫 녹화부터 7월3일 마지막 결승까지 6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였는데, 지나고 나니 우승을 했더라고요.”

36명의 본선진출자가 치열하게 실력을 겨루는 '팬텀싱어3'에서 정민성은 1라운드 '1:1 라이벌 장르 미션', 2라운드 '2:2 듀엣 대결', 3라운드 '트리오 경연', 4·5라운드 '쿼텟 경연'을 거쳐 결승에 오르는 동안 탈락 위기도 겪었다.

“2라운드에서 세 팀이 동점이었는데 프로듀서 선택으로 탈락을 모면했고, 3라운드는 최하위를 했는데 살아남았어요. 제팀에서 저만 살아남아 너무 미안해서 펑펑 울었는데 눈물이 폭포수처럼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4라운드 '포송포송' 팀으로는 592점으로 1·2·3시즌 동안 최고점으로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결승 2라운드에서도 프로듀서 점수는 3위였는데 온라인과 문자 투표에서 지지를 받아 결국 팬텀마스크를 손에 쥐게 됐어요.”

'귀요미 바리톤'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정민성은 3년 전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오페라를 하게 되면 수염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알코올로 수염을 지우다 보면 얼굴이 벌게지고 피부 트러블이 생기곤 해서 아예 길러보자 했는데, 다행히 어울린다는 소리도 자주 듣고 얼굴이 갸름해 보이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정민성이 본격적으로 음악공부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원래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신성고에 입학했는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나만의 장점이 뭐가 있을까' 등을 고민하다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승낙을 얻어냈다.

“소프라노를 전공하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누나의 영향이 컸어요. 원래 노래 부르고 감상하는 걸 좋아했어요. 성악을 하는 누나를 보고 '나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께 '성악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며 최대한 지원을 해주시겠다는 거예요. 인천예고 2학년에 편입해서 음악공부를 시작했는데 누나가 소개해준 교수님께 개인지도를 받았어요.” 국내에서 수리음악콩쿠르·화천비목콩쿠르 1위, 국립오페라단 대상, KBS 한전 음악콩쿠르 금상, 대구성악콩쿠르 대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정민성은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가 에센 포르방 국립음대에 합격했지만 '팬텀싱어3' 방송일정과 겹쳐 독일유학을 포기했다. “독일 대학 측에 양해를 구했지만, '휴학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라포엠' 활동만 전념하기로 했어요. '라포엠'은 7월31일부터 서울, 대구, 부산 투어공연이 있고 연말쯤 앨범을 내기 위해 선곡 작업에 들어갔어요.”

정민성은 '팬텀싱어3' 기간 동안 선곡을 위해 들어본 곡이 5000곡이 넘는다. 라운드마다 정해진 팀에서 각자 개인이 곡을 고른 뒤 팀원들이 같이 들어보고 최종 선곡을 하기 때문이다.

“각 라운드 간 일정 간격이 2주일인데 선곡을 위해 1주일은 밤을 새워야 해요. 곡이 선정되면 편곡을 위해 제작진과도 상의하며 연습을 하는데, 각자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곡의 완성도를 높이죠. 새벽 5시에 해 뜨는거 보고 아침 먹고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방송 때 연주는 라이브였는데 아침에 리허설하고 병원 가서 링거 맞는 친구도 많았어요.”

정민성은 대학에서 만난 강무림 교수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신다. 테너인 강 교수가 너무 잘 가르쳐주시기도 하지만, 성악가로서의 인품을 강조하는 분이라서 강 교수를 따르려 한다. 또 이탈리아 성악가 바리톤 카푸칠리라는 대가의 노래를 항상 듣고 있다.

“부모님은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고 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특히 누나는 저를 음악의 길로 이끌어준 선배이자 음악적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누나의 아들 신발은 평생 제가 책임지기로 했어요.”

인천 출신의 정민성은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천시민들에게 '팬텀싱어3' 우승이라는 큰 선물로 감동과 위안을 안겨줬다.

“인천시민들이나 팬들께서 SNS에 직접 '같은 인천사람으로서 민성씨가 너무 자랑스럽고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라는 글로 큰 사랑을 주세요. 팬텀싱어 팬들도 트로트 열풍 시대에 크로스오버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죠. '라포엠'이 더 편한 음악으로 친숙하게 다가가야겠다는 다짐을 저절로 하게 돼요.”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