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진술없이 '채용비리' 중징계 … 시체육회 직원 처벌 적절성 논란]

A씨 무기계약직 전환 3단계 걸쳐 진행
1·3단계 담당자 4명만 정직·감봉 처분

“모든 관련자 공모했어야 징계사유 입증”
“단순한 업무과실 보여주는 반증” 주장
시 감사실 “이미 결과 제출 … 언급 부적절”

증거와 진술이 전혀 없는데도 채용비리를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인천시체육회 직원들이 억울한 이유는 또 있다.

<인천일보 7월9일자 16면>

바로 징계 근거인 인천시 감사실의 감사 결과 및 인천시체육회의 징계 과정 자체가 오히려 이들이 '공모에 의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 전개가 가능한 이유는 이렇다.

징계 당사자들은 “해당 사안은 2017년부터 약 2년 동안 3단계(7개월짜리 기간제근로자 채용→2차례 계약 연장→무기계약직 전환 자격 획득 및 채용)에 걸쳐 벌어졌기 때문에, 이 과정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공모하지 않으면 채용비리는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인천시 감사 결과는 이런 중간과정(2회 계약 연장)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첫번째 기간제근로자 채용과 마지막 무기계약직 전환 채용 과정 관련자만 문제삼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인천시 감사실은 올 초 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이 채용자격 기준에 없는 자격을 추가해 공고함으로써 (직원의 자녀 A씨를)기간제근로자로 채용(2017년)하고,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채용(2019년)시 채용자격 기준을 잘못 적용(유치원 정교사 2급이 필수자격증임에도 보육교사 1급 자격증을 제출한 A씨에게 자격증 점수 부여)했다'며 지난 4월 이들을 중징계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근거로 인천시체육회는 지난달 4일 “인천시 감사실의 조사 결과와 여러 정황적 사실 등을 종합해 살폈을 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공모'에 의한 채용비위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중징계(2명은 정직 1개월/2명은 정직 1개월 결정 후 감봉 1개월로 감경)를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2017년 8월 기간제근로자(7개월)로 처음 채용된 후 2018년 2차례 계약 기간 연장(1차 연장 2018년 3월~12월/2차 연장 2019년 1월~7월)을 거쳐 무기계약직 전환 자격을 얻었다.

따라서 중간 단계(2차례에 걸친 A씨의 계약 기간 연장)가 없었다면, 2019년 최종적으로 A씨의 무기계약직 전환 채용이 이뤄질 수 없었다.

징계사유처럼, A씨가 체육회 직원들의 '공모'로 저질러진 채용비리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 채용이 이뤄진 것이라면, 당연히 중간 단계에 관여했던 직원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A씨가 7개월짜리 첫 기간제근로자 계약 종료 후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2차례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전•현 직원들은 인천시 감사실 조사를 받지 않았다.

더욱이 2차례 연장 요청에 직접 관여(결재라인)했던 한 직원은 채용비리를 이유로 직원 4명을 징계한 이번 징계위원회에 징계위원장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2년여에 걸친 A씨의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이 정말 공모에 의한 채용비리였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중간 단계 관련자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이 사안은 조직적 공모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채용비리를 이유로 내려진 징계 역시 부당한 처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징계 당사자들은 “중간 과정에 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이 빠진 채 오직 기간제근로자 채용 및 무기계약직 전환 채용에 대해서만 문제 삼은 것은, 이 사안이 공모가 아니라 단순히 해당 과정에서 벌어진 업무 과실일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럼에도 계속 채용비리를 주장한다면, 중간 단계가 빠진 인천시 감사 결과는 결과적으로 봐주기, 꿰맞추기식, 총체적 부실 감사일 뿐이고, 체육회는 이를 근거로 부당한 징계를 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이미 중앙정부에 감사 결과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전국적으로 취합이 이뤄진 후 (중앙정부 차원에서)종합적인 평가나 판단이 나오면 그 때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 감사실은 행정안전부 및 국민권익위가 벌이는 공공기관채용비리근절추진 사업에 따라 올 초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결과를 보고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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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진술없이 '채용비리' 징계…시체육회 직원 처벌 적절성 논란 “업무 과실일 뿐인데 어떤 증거도 없이 갑자기 채용비리라뇨. 맹세코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증거와 진술이 전혀 없는데도 채용비리를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인천시체육회 직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채용비리는 인사규정에 '채용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았거나 뇌물을 수수, 요구, 약속, 공여한 때'로 명확히 적시되어 있지만, 징계 당사자들은 이 규정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게다가 징계의 근거가 된 인천시 감사실 보고서 어디에도 '채용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