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5세 이상 … 하반기 6만원 지원
주민 “다른 지역 친구가 부러워 해”
▲ 인천 동구가 지난 10일 오전 9시30분 송림3·5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노인 품위유지비 지급을 시작했다. 이날 허인환 동구청장은 지급 현장을 방문해 점검에 나섰다. /사진제공=동구

 

“비 그치면 친구랑 이발하러 가려고요.”

지난 10일 오전 9시30분 인천 동구 송림3·5동 행정복지센터. 비가 내려 날이 좋지 않은데도 지팡이를 짚고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보였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출입문 앞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문자들의 체온을 재고 2m 거리두기를 안내했다.

김모(78)씨는 “행정복지센터에서 노인 품위유지비를 나눠준다고 해서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며 “차림새를 깔끔히 하고 다니라고 품위유지비를 주는 거니깐 받으면 이발소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동구는 지역 내 만 75세 어르신들에게 품위유지비를 지급한다.

품위유지비는 어르신들이 원활하게 목욕과 이·미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인천에서 동구가 처음 도입했다.

지역화폐 동구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는 품위유지비는 올 하반기에 6만원이 지원된다. 내년부터는 1인당 상·하반기로 나눠 각각 6만원씩 연 12만원이 지급된다.

구는 품위유지비가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만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림5동에 거주하는 김모(91·여)씨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가 품위유지비를 받는다고 하니깐 부러워했다”며 “품위유지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려 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가맹점 유치 부족으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동구지역에 목욕탕이 적어서 사용할 곳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동구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미용실과 이발소는 모두 112곳이고 목욕탕은 7곳에 불과하다.

한모(80·여)씨는 “우리 집 인근에는 목욕탕이 없는데 이걸 사용하려면 동인천역 인근까지 가야 한다”며 “미용실도 20년 단골가게에서 동구사랑상품권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동네에 가서 써야 한다. 앞으로 가맹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품위유지비가 정착되면 가맹 문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어르신들이 품위유지비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