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문재인 정부가 10일 22번째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땜질처방'이라고 비난하고, 야권은 '꼼수 증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손만 대면 커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권을 위협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 들어 7_10대책까지 22번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발표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당시 “부동산 가격 충분히 잡을 수 있다”라는 약속은 3년 만에 무참히 밟히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비웃기만 한다. 참여정부 말기를 떠올릴 정도로 싸늘하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5_23 집값안정화 대책 이후 17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2004년 기점으로 집값이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까지 무려 55.7%나 상승했다. 결국 당시 여당은 2007년 대선에서 500만표 차이로 참패를 당한다. 그때의 악몽 때문인가. 최근 여당 대표가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도 다급해졌는지 노영민 비서실장 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다주택 실태는 오히려 비난을 자초했다.

정부를 비롯해 지방정부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사하는 등 공직자들의 솔선을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해도 불법으로 취득하지 않은 사유재산을 정부가 강제로 매각하라고 할 수 있는지. 다주택 공무원에게 승진기회도 안주겠다는 엄포로 하룻밤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현 부동산 광풍을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다급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6_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에 중점을 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6_17 대책이 약발은 먹히지 않고, 지지층의 신뢰만 잃은 탓이다. 일명 핀셋규제는 경기도 전역을 부동산 광풍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지방 대도시로 부동산 물풍선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주택 매입자에게는 안정되게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물거품이 됐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지지층인 2030세대의 자괴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분노는 문재인 정부 임기 2년을 남겨놓고 폭발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잃었다. 불로소득을 막을 것인지, 공급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킬 것인지 방향을 정확히 정하고, 시장에 시그널을 분명히 보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임대아파트 공급에만 몰두한 나머지 실제 거주 주택 매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3기 신도시 계획을 부랴부랴 내놓는 오락가락 주택공급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의 불신만 낳았다. 그러다보니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는 신뢰를 받지 못한 꼴이 됐다. 심리전이라고 불리는 부동산정책에서 일확천금을 누리는 일은 없다는 일관된 신호만 보냈어도 이같은 부동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9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기용 부동산에 대한 증세와 기본소득토지세 도입을 주장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근시안적이라며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키자고 했다. 경실련도 이번 종부세안의 최고세율 6%는 개인과 주택임대사업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 특혜를 유지하면서 개인 주택에만 중점을 둔 종부세안으로는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 거품 제거가 어렵다고 정부대책을 평가절하했다.

종기의 뿌리 제거는 외면한 채 고름만 짜내는 돌팔이 의사를 믿겠는가. 보유세 강화와 공급 확대 등의 22번째 추가 대책 발표 전인 지난 3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49.1%가 '효과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마디로 시장에서는 아무리 고강도 대책을 내놔도 신뢰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10일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혼란이다.

불로소득과의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단기간에 분명히 신뢰할 수 있는 시그널이 필요하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국토보유세 신설 카드도 빼들어야 한다. 법인 빼고, 개인만 때려잡는 식의 대책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추가대책 뜸들이지 말고, 제대로 정곡을 찌르시라. 시간이 많지 않다.

 

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