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그리기 봉사 … 마을 활기, 아이들 꿈 무럭

평생학습센터 동아리 회장 등

청소년 미술교육에 재능기부

“다양한 체험 공간 만들고파”

 

회색빛 벽에 꽃이 피었다. 이어 나비가 날아들었다. 그러자 어둡던 골목길 어귀에 화사한 꽃밭이 생겼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시선은 온통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작은 탄성.

포천시 신북도서관 담장에서 생명의 숨결이 흘러나왔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붓과 물감.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손이 이뤄낸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윤수정(윤스갤러리 대표·사진) 작가다.

그는 포천시 소흘읍에서 마을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술 교육과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꿈도 키우는 중이다.

윤 작가는 경찰의 셉테드(CPTED) 기법을 골목 현장에 접목했다. 어두운 골목과 낙후지역 담장에 밝고 화사한 벽화를 그린 것이다. 눈으로 봐도 이쁘지만, 범죄 감소 효과도 탁월하다.

윤 작가는 호주 유학 시절 도시 곳곳에 그려 놓은 벽화에 매료당했다. “바로 이거야.”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곧장 벽화 그리기 봉사에 뛰어들었다.

윤 작가가 회장을 맡은 포천시 평생학습센터 미술벽화 동아리의 이름도 그래서 '예쁘담'이라고 지었다.

어린이들과 이번에 그린 신북작은도서관 벽화뿐 아니라 경기도 학생교육원 포천 학생야영장 벽화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윤 작가는 구하기 쉽고, 값이 싼 일반 페인트는 쓰지 않는다. 발품을 팔아 좋은 물감을 구하러 다닌다. 선명하고 깨끗한 벽화를 그리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의 모든 봉사 활동은 재능 기부다.

그는 “개인적인 이익으로 벽화를 그리지 않는다. 그저 재능을 나누는 게 기쁘다”며 “내가 하는 봉사 활동이 언젠가는 내 아이들에게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청소년 미술 교육 분야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2016년 포천시에 둥지를 튼 뒤 한사랑교육공동체와 경기꿈의학교 드림스케치와 인연을 맺었다. 4년째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그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

노력은 곧 현실이 됐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 12명이 2018년 제8회 대한민국 무궁화 미술대전에서 교육부 장관상과 최우수상, 우수상과 특선 등 상을 휩쓸었다.

특히 '퍼포먼스 페인터즈'는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이는 공연 형식의 미술 교육이다.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직접 미술을 주제로 공연하는 것인데, 반응이 좋다.

윤 작가의 꿈은 아이들만의 갤러리 조성이다.

그는 “아이들이 다양한 미술 작품을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서 “이곳에서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키우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윤수정 작가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해도 돼. 망쳐도 괜찮아. 무엇이든 해보자. 너희들이 행복하다면 말이야.”

/포천=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