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점이 적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21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인구 100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하던 특례시 명칭 부여 조건을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로 넓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한다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이 이뤄지게 된다.

이에 경기도 등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상당하다. 행안부가 특례시 명칭 부여 및 사무특례 등만 준비할 뿐, 재정 분야에 대한 특례 계획은 검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분권법 등에 따라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에는 '50층 이하 건축물 허가권'과 '택지개발지구 지정' 등 90개의 사무특례가 부여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일괄이양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농공단지 관리기본계획 승인' 등 27개의 사무특례가 추가로 부여될 예정이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이와 같은 사무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사무특례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재정특례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데에 있다. 재정 지원이 없으면 내실 없이 '무늬만 특례시'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례시 명칭 도입뿐 아니라 재정특례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 15개로 구성된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는 8일 전북 전주시에서 제7차 정기회의를 열어 재정특례와 행정기구 설치기준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지자체들이 특례시 지정을 원하는 이유는 독립성에 있는데, 독립성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재정적인 독립이 필요하다.

특례시 지정이 단순히 위상 강화에 그쳐서는 안되므로 재정 분야 특례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지방분권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정부가 특례시를 지정한 뒤 상응하는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색만 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