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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76.각하 閣下
[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76.각하 閣下
  • 인천일보
  • 승인 2020.07.08 21:13
  • 수정 2020.07.31 14:47
  • 2020.07.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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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수뇌는 자주적인 지도자 역량 갖춰야
▲ 임금이 일하는 집(閣각) 안(內내)에서 보좌하는 기관이 내각內閣이다. /그림=소헌

 

 

고대사회에서 국가의 등급은 크게 邦(방), 國(국), 家(가) 셋으로 나뉘었다. 그럼으로써 다스리는 임금의 호칭도 달랐다. _①폐하陛下는 邦(방)의 임금으로서 황제 또는 천자라고 하며 ②전하殿下는 國(국)이나 家(가)의 왕이나 제후를 이르는 말이다. ③저하邸下는 제후의 적자嫡子에 대한 호칭으로 세자世子라고도 한다. ④합하閤下는 재상이나 정승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다.

천자가 사는 궁궐의 섬돌(陛폐)은 아홉 계단이고, 제후가 사는 궁궐의 섬돌은 일곱 계단이다. 서민의 섬돌은 보통 한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_궁궐에는 임금이 다니는 정문 좌우에 샛문이 있는데 그 샛문을 閤(합)이라 한다. 신하의 출입문이다.

임시정부 수립 당시 썼던 ‘각하閣下’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총리나 장관 등 자기보다 상급자에 대해서도 호칭했다. 그러다가 이승만 정권 이후에는 대통령에게 반드시 ‘각하’를 붙여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도 하였으니 _참으로 어리석은 소치所致가 아닐 수 없다. 閣下(脚下)는 일본 메이지시대에 일왕이 임명한 고위급 관료 중 군대의 장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閣(각)은 문짝을 끼워 달기 위해 양쪽에 세운 기둥이며, 脚(각)은 다리 아래라는 뜻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일본총독을 ‘갓카’라고 불렀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

승견문상(丞犬問喪) 정승 개 죽은 데는 문상을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 간다는 4자속담이다. 권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지만, 권력이 없어지면 돌아보지 않는 세상인심을 비유한다. 성폭력으로 수감 중인 안희정 씨의 모친상 빈소에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구설수에 올랐다. ‘범죄자의 어머니를 애도하는 것을 나무라면 정이 없다’거나 ‘개인 자격으로 문상해야 옳았을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핵심은 가신 이를 위한 애도인지 살아있는 자에 대한 관심인지가 되어야 한다.

 

閣 각 [집 / 문설주 / 내각]

①제부수 _(뒤져서 올 치)는 사람의 발을 그린 글자로서, 各(각)은 걸어서(_치) 건물 입구(口구)에 ‘각각’ 또는 ‘따로따로’ 다다르는 것이다. ②문설주(閣각)는 문짝을 달기 위하여 문(門) 양쪽에 각각(各) 세운 기둥이다. ③내각(內閣)이란 대통령이 일하는 집(閣) 안(內)에서 보좌나 자문하는 자들이다. 어렵게(?) 표현하면 국무위원으로 이루어진 국가의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下 하 [아래 / 천한 사람]

_①上(위 상)의 처음 모양은 二(상)처럼 위를 짧게 쓰거나 _(상)으로 쓰기도 하였다. 하늘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②下(아래 하)의 처음 모양은 二(상)과 반대로 아래를 짧게 쓰거나 _(하)로 쓰기도 하였다. 땅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③下(하)는 한 물체가 어떠한 기준(一)보다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남북관계에서 ‘운전자’라고 자처하던 문 대통령이 이제는 조수석에 앉은 ‘중재자’가 되었다. 조선과 미국,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에 끼어들어 ‘떡이나 받아먹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크다. 그저께 미국의 ‘비건’이 방한한 것을 두고 북측에서는 “때도 모르고 남南 중재자는 오지랖이며 비웃음만 살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중재는 제3자나 신하가 취하는 태도다. 이 땅에서 ‘각하’라는 말이 사라진 지 꽤 되었다. 진정한 수뇌首腦가 되려면 자주적인 지도자의 역량이 필요할 따름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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