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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스펙트럼 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 인천일보
  • 승인 2020.07.07 18:07
  • 수정 2020.07.07 18:05
  • 2020.07.08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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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마스크를 끼고 생활을 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바쁘게 몸을 움직여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끼고 있는 일상은 더 더욱 고역일 것이다. 하긴 이런 시대에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도 다행인지 모른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편함이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상쾌한 여름 공기를 마음껏 들여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소망해야 할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평범한 한국인에게 삶은 고역 그 자체였다. 높아진 불평등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았고, 부와 사회적 지위가 세습되는 새로운 신분사회가 만들어졌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모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졌다.

자살률은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출생률은 0.98로 꼴찌를 기록했다. 세상 사는 것이 어려워지니 아이들의 꿈은 대통령도 과학자도 아닌 '건물주'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똑똑한 젊은이들은 죄다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렇다고 사람 간의 유대가 끈끈한 것도 아니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본 설문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한국인들의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이전 한국 사회는 친구도, 가족도, 이웃도 없이 각자도생하는 사회였다.

그런 사회로 돌아가고 싶은가? 우리 자녀의 미래가 우리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 21세기 신분사회는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세상이 아니다. 특권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마스크를 끼고 평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코로나19 이전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절망적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는 사실은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이전보다 더 불평등하고 더 불공정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한 이후 세상은 더 불공평해졌다고 한다. 고소득층은 위기 발생 1~2년 내에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만, 저소득층은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졌다.

위기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위기가 자동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해 인구의 절반 가까이(30~60%)가 목숨을 잃으면서, 노동력이 귀해지자 베를린 서쪽에 있는 엘베강 이서 지역(서유럽)에서는 봉건제가 약화되면서 농노 해방이 이뤄졌다.

하지만 엘베강 이동 지역(동유럽)에서는 오히려 봉건제의 속박이 강해지면서 농민들은 더 비참한 삶을 살았다. 동유럽의 지배층은 흑사병 이전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남은 농노들을 더 가혹하게 수탈했기 때문이다.

두 지역의 운명을 가른 것은 농민들의 조직된 힘이었다. 상대적으로 농민의 힘이 강했던 서유럽에서는 위기가 농민들에게 더 좋은 삶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지만, 농민의 힘이 약했던 동유럽에서는 위기가 더 가혹한 수탈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또 다른 사례이다.

폴 사무엘슨, 군나 미르달 등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전후 불황을 예견했지만 노동조합과 정당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조직된 정치적 주체로 성장하면서 기업과 노동자의 힘의 균형이 이뤄졌고, 이러한 힘의 균형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좋은 복지국가,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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