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재개 일축…남측 중재도 거부
최선희 카운터파트 비건, 오늘부터 사흘간 방한…메시지 주목

 

▲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7월 4일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의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7~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와 미측에 경고 및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2018년 9월 15일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기 위해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 11일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한은 미국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하는 7일 북미정상회담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남측의 중재의사 역활을 '삐치개질'(참견질) 등으로 폄하하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권 국장은 "때아닌 때에 떠오른 '조미(북미)수뇌회담설'과 관련하여 얼마 전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하여 명백한 입장을 발표하였다"며 "사실 언어도 다르지 않기에 별로 뜯어 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했다.

앞서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 격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협상 재개를 일축한 바 있다.

권 국장은 이어 "(최선희 제1부상) 담화에서는 때도 모르고 또다시 조미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대하여서도 언급하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귀가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제 좋은 소리를 하는데만 습관되여서인지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제 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며 "이처럼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담화는 비건 부장관이 7∼9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가운데 미국과 남측에 동시에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화상회의에서 북한을 향해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히며 북한을 다시 대화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메시지를 냈지만, 북한이 북미접촉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최근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담은 외교·안보 진영 인사를 단행했음에도 얼어붙은 북미·남북관계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정부는 일단 '촉진자역'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 북미정상회담 노력에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