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 사이의 문 앞에서 방황하는 '나'
▲ 영화 '퍼스널 쇼퍼' 중 모린이 죽은 쌍둥이 오빠의 영혼이 보내는 신호를 기다리는 장면.

 

“난 널 알아, 너도 날 알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문자 메시지에 주인공 모린은 불안감과 함께 혼란에 빠진다. 3개월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쌍둥이 오빠 루이스의 영혼이 보내는 신호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녀는 익명의 발신인이 혹시 죽은 오빠의 영혼이 아닐까 의심한다.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영화 '퍼스널 쇼퍼'(2016)는 프랑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이 연출한 오컬트 소재의 독특하고 지적인 영화로 찬사와 논란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화제의 문제작이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명인 키라의 퍼스널 쇼퍼로 일하면서 죽은 쌍둥이 오빠의 영혼과의 교감을 시도하는 미국인 모린이 극과 극의 두 세계 사이에 놓인 문 앞에서 양쪽을 응시하며 안식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과정을 현실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적 분위기로 담아내었다.

 

'교감의 미학'으로 드러낸 두 세계의 교집합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나무들이 양옆으로 늘어선 적막한 늦가을 분위기의 길을 따라 모린이 탄 차가 다가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모린의 내면세계는 이러한 늦가을 분위기처럼 쓸쓸하고 공허하다. 을씨년스러운 텅 빈 집과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의 물질세계를 오가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방황한다. 영화는 '교감의 미학'을 미묘하게 운용하여 모린의 외면세계를 통해 그녀의 내면세계를 은밀히 보여주고 가시적인 세계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은밀히 드러낸다.

특히 스마트폰, 노트북,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 현대 물질문명의 이기(利器)를 통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희미하게 지운다. 영매 능력을 지닌 모린은 비가시적 영혼의 세계가 있음을 느끼지만, 물질의 세계 속에 갇혀 있다 보니 점점 더 확신을 잃어간다. 직업상 고용주 키라를 대신해 명품매장들을 바삐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모린은 '나'의 것이 아닌 화려한 옷과 구두, 액세서리 등을 보면서 물질적 욕망에 점점 더 사로잡힌다. 처음에 루이스의 영혼이 보낸 신호로 착각했던 익명의 문자 메시지는 어느 순간 그녀 내면의 은밀한 욕망을 끄집어내고 금기를 넘어서도록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문자 메시지 발신인이 죽은 루이스인지, 잉고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새 이 의문의 문자 메시지는 모린 내면의 '물질적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 된 것이다. 그런데 금기를 넘어선 순간 느끼는 짜릿한 희열도 잠시, 곧이어 뭔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의 내면을 엄습한다. 키라의 죽음으로 물질세계의 유한함과 허망함을 깨달은 모린은 남자친구를 만나러 아라비아반도 국가 오만으로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영적 고향 같은 그곳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죽은 '루이스'와의 교감과 더불어 불안한 상태의 '나'와의 교감도 이루어진다. 문소리가 '탁'하고 나는 순간 모린은 탄식인지 환희인지 모를 한 가닥의 숨을 내뱉는다.

“그것이 바로 너다(Tat tvam asi)”라는 선언으로 고대 힌두교 경전 〈찬도기야 우파니샤드〉는 우주의 본질인 브라만이 인간의 '참 자아' 아트만과 둘이 아니므로 내면의 아트만을 발견하여 욕망에서 벗어나 영원한 해탈을 얻으라고 속삭인다. “타트 트밤 아시!”

/시희(SIHI) 베이징필름아카데미 영화연출 전공 석사 졸업·영화에세이스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