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8사단 최연규 소령]


TV속 소아암 어린이 보고 눈물 흘린
딸아이 모습에 조혈모세포 기증 결심
6개월만에 기적 같은 생명나눔 실천
▲ 최연규 소령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연규 소령

“너무 불쌍해, 저 친구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TV를 보던 7살 어린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육군 8기계화보병사단에 근무하는 최연규(40) 소령의 딸이다.

최 소령은 지난해 10월 가족들과 함께 TV를 봤다. 소아암과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던 순간 눈물을 흘리던 딸과 눈이 마주쳤다. 딸의 눈빛은 아빠가 도와줬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밤새 고민하던 최 소령은 다음 날 조혈모세포 은행협회로 향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다. 그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우리 딸들에게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몸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했다.

신청서를 작성한 지 6개월이 지난 후 생명 나눔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4월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였다. 생각보다 빨랐다. 사실 등록한 지 1년도 안 돼 유전자가 일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최 소령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증 의사를 결심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과 유전자 검사 등 필요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는데 큰 장애는 없었다. 6월25일 수술은 잘 끝났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한 날이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최 소령은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흐뭇하다. 우리 딸도 무척 좋아했다”면서 “수술받은 어린이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 우리 딸처럼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연규 소령의 생명 나눔 실천은 또 있다.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헌혈했다. 무려 200회가 넘었다. 헌혈을 꾸준히 한 덕분에 지난 1월 대한적십자로부터 명예 대장 포장증도 받았다. 헌혈부터 조혈모세포 기증까지 그는 '천사'였다.

부대에서도 최 소령의 헌혈에 동참하는 장병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육군 장교의 이웃사랑 실천이 장병들에게 감동을 준 셈이다.

최연규 소령은 “평소에 이웃사랑을 실천할 방법이 없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런 기회가 나한테 주어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