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첫 발생한 1월8일 이후 꼭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최근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의 후폭풍이 몰아치고, 홍대 주점에서도 다수의 감염자가 나왔다. 부모세대들은 '너도 그곳에 가느냐?'는 자녀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장·노년의 공간 콜라텍에도 확진자가 다녀갔었다. 다행히 추가 감염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잠복기간이어서 전염력이 약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감염은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했다.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클럽·룸살롱),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집단운동(줌바·태보·스피닝 등 격렬한 단체운동)과 스탠딩 공연장은 정부가 지정한 고위험시설에 든다. 이 외에도 물류센터, 방문판매업(다단계판매업 등), 대형학원(300인 이상), 뷔페음식점 등도 전자출입명부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곳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인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다. 대부분 만성질환을 지닌 노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치명적이다. 5일 0시 기준 80세 이상 치명율(사망자수/확진자수×100)은 24.82%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히 압도적이다.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미치지 못한 노인들의 희생이라면 불합리한 차별이다. 연령차별과 같은 사회적 돌봄의 사각지대가 묵인될수록 결국 젊은 세대들의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게 될 뿐이다.

고령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지는 고령화의 진전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인집단이 가장 취약한 존재라는 현실적인 성찰에 한발 다가서야 한다.

지난달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거리두기에 따라 불가피하게 노인세대의 이동이 제한됐다'며 '고립되는 상황에서 노인에 대한 폭력이나 방임 등 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만성질환이 흔한 노인들은 주기적인 약 처방과 일상적인 활동보조 등이 필요하지만, 재가노인에 대한 방문의료와 방문요양 등 돌봄 공백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비대면 제34차 '고령사회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노인인권 보호 : 코로나19 사태와 노인학대 대응>이었다. 발표에 나선 정희원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노인에게 미친 영향과 건강권'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노인병학회가 제시한 '외출을 삼가고, 가급적 집에서 생활' 등이 노인들의 코로나19 핵심 건강관리 수칙으로 통용된다. 열심히 운동해도 노화를 막기는 쉽지 않은데 궁지에 몰린 격이다. 이미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자 집단의 큰 이슈가 됐다. 국내 요양원, 요양병원 등은 1인실을 사용하는 서구에 비해 다인실 구조로 인구밀도가 높다. 소수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취약한 환경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들은 대부분 노쇠하고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다중이환 상태에서 인지기능이 감소하는 섬망의 위험인자를 갖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 병치레를 하고 나면 신체기능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노인은 코로나19에 걸리든, 걸리지 않든, 걸린 후에 회복되었든 간에 사회적 거리두기, 요양시설 격리, 중환자실 이용 등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결국 기능이 떨어져서 삶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돌봄 부담의 증가를 어떻게 예방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노인학대와 대응'이라는 주제를 다룬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사회는 불평등한 구조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 또한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결과의 하나인 노인학대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서 더욱 주목할 관심사라는 것이다. 학대피해노인에게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따른 사회적 대응방안을 면밀히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의 시대에서 가장 취약한 세대는 노인이다. 폭염의 계절이 성큼 다가선다. 사회적 방임으로 고통 받는 소외 노인에 대한 보살핌도 필요하다.

 

/논설주간 김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