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판교 자율주행 무인버스인 '제로셔틀' 시승 행사는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앞 광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경기도는 도민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개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행사에서 제로셔틀을 타본 시민들은 “혁신 기술이다”며 손뼉을 쳤다. 제로셔틀 2대를 제작하는 데 각각 13억여원 등 개발에 모두 1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제로셔틀은 주행 도중 여러 개선점을 노출했다. 시속 25㎞ 내외의 주행속도로 차량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교차로 좌회전 시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 안전요원이 급제동시키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자율주행용 하드웨어 시장의 현실도 반영되지 않았다. 제로셔틀에 탑재된 대다수 자율주행용 센서들은 해외업체에서 제작됐다. 차선 인식과 전방 충돌 위험 등을 감지하는 ADAS용 센서는 이스라엘 모빌아이 제품이다. 차량 측면에 부착된 라이다 센서는 미국의 벨로다인 제품 등이 장착되면서 이른 상용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재명 지사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9년 제로셔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흘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제로셔틀이 공사장 인근에서 불쑥 나타났다. 운행은커녕 먼지를 풀풀 뒤집어쓴 채 천덕꾸러기 '노숙차' 신세가 됐다. 한때 경기도의 자존심으로 대변되었던 제로셔틀의 노숙차 생활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도시공사 건설현장 홍보관 밑 공터로 쫓겨나 1년 가까이 공사판 등을 전전했다.올해 1월 이 공간마저 사라지자 도 자율주행센터 직원들이 경기기업성장센터 건물 관리사무소에 사정사정해 지하에 두 자리를 빌려 장기 노숙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도 입주민들의 핀잔을 숱하게 들었다. 지난 6월2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기기업성장센터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눈에 띄지 않는 공사판으로 쫓겨났다.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추진, 보여주기식 행정, 의전을 내려놓지 못한 특권의식 등 3박자가 제로셔틀의 상용화를 막는 건 아닌지 곱씹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