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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애물단지 신세
자율주행차 '제로셔틀' 애물단지 신세
  • 김현우
  • 승인 2020.07.05 19:52
  • 수정 2020.07.05 19:51
  • 2020.07.06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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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공개 이후 1년 9개월…]

운행 불구 법규 미비로 '실험성격' 그쳐
관심 저조 … 주차 공간도 없어 더부살이
코로나19에 결국 운행 중단·먼지 잔뜩
산업통상부 장관 방문 땐 쫓겨나기도
도 “서둘러 조치할 것” 주차장 확보나서
▲ 성남시 분당구 판교 IT밸리 내 경기기업성장센터 1층 주차장에 자율주행 버스 '제로셔틀'이 먼지가 쌓인 채 주차돼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지난달 2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때 인근 공사현장 앞에 주차된 '제로셔틀'./사진제공=독자
▲ 지난달 2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때 인근 공사현장 앞에 주차된 '제로셔틀'./사진제공=독자

“최초의 '로봇 자율주행 시대', 경기도가 열었다.”

2018년 11월 성남 판교 일대는 흥분과 기대로 가득했다. '자율주행모터쇼' 행사 중 도로를 스스로 달리는 버스인 '제로셔틀'이 대중에게 화려하게 선보인 날이다.

앞서 연구진에게만 공개된 바 있는 제로셔틀은 사람이 탑승만 하면 알아서 노선을 따라 주행한다. 운전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아예 잠을 자도 된다는 의미다.

이 기계를 보고, 만지고, 직접 타본 시민들은 “혁신 기술이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로부터 1년9개월이 흐른 지금, 제로셔틀은 주차할 공간도 없이 더부살이를 거듭하며 일부 시민으로부터 '먼지 쌓인 애물단지'라는 혹평을 듣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고위관료 일행 판교방문 차량에 밀려 눈에 띄지 않는 공사판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경기도는 2015년부터 '판교제로시티 자율주행 사업'을 실시하면서 도로 5.8㎞ 구간에 위치정보시스템 등 첨단 도시교통 인프라를 구축했다.

성남 판교 일대에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인버스(제로셔틀) 2대를 제작하는데 각각 13억여원 등 1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됐다. 국내 최초 시도다.

애초 해당 사업에 역점을 뒀던 남경필 전 지사는 제로셔틀이 제작된 2017년 실험운행 목표까지 세웠다. 하지만 차량안전기준 인증 등 절차를 완수하지 못해 잠정 보류됐다.

다행히 2018년 취임한 이재명 지사가 연구·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해 9월, 대망의 일반도로 주행(시범)이 시작됐다. 두 달 뒤인 11월은 시민에 첫 공개도 이뤄졌다.

제로셔틀은 이후에도 종종 판교 도로 위를 달렸다. 시승신청을 받아 시민도 태웠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체에 대한 국내 법규는 미비한 상황이라 어디까지나 '실험 성격'에 그쳤다.

경기기업성장센터~아브뉴프랑 임시정거장(노선 5.8㎞)만 반복 운행하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은 저절로 줄어들었고, 오히려 '주차 시비' 대상으로 전락했다.

제로셔틀은 경기기업성장센터 건물 내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게끔 돼 있는데, 크기(길이 5.14m 폭 1.88m, 높이 2.93m) 때문에 충돌 위험성이 커 이용이 쉽지 않았다.

약 480대 건물 주차면보다 입주자는 2000명에 육박해 “좁은데 왜 여기에 주차하냐”는 항의가 수시로 발생했다.

결국 제로셔틀은 1년 가까이 경기도시공사 건설현장 홍보관 밑 공터로 등 떠밀렸다가, 올해 1월까지 이 공간마저 사라지면서 불편한 건물 주차가 다시 시작됐다.

제로셔틀을 운영하는 도 자율주행센터 직원들이 직접 관리사무소에 사정사정해 자리 두 개를 빌린 상태다.

와중에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제로셔틀은 무려 7개월 동안 운행이 중단됐고, 외관에 먼지만 한가득 쌓인 채 방치 중이다.

지난 6월29일 혁신 기술의 '완성체'라 여기던 제로셔틀이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당시 성윤모 장관 등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경기기업성장센터를 방문했을 때, 주차공간 확보가 시급해지자 제로셔틀이 인근 공사현장으로 쫓겨났다.

그 모습을 목격했던 한 시민은 “장관님이 오는 날 공사판에 서 있기에 아, 쫓겨났구나 싶었다. 상용화하지 못하고 헤매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애물단지라는 말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도는 서둘러 자율주행 전용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나섰다.

도 관계자는 “연속적으로 주행하면서 연구를 거듭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졌고, 주차와 관련해 문제도 계속 있었다”며 “외관이나 상황을 고려해 시민들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본다. 서둘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도 자율주행, 상용 언제쯤?

'제로셔틀'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전한다. 시속 약 25㎞로 신호등 통과, 좌·우회전, 차선변경, 터널(육교) 통과 등 도로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인지하고 있다.

미니버스 모양의 11인승으로 현재 판교 도 자율주행센터에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8㎞ 구간을 달릴 수 있다. 도는 2021년 말 자율주행 관련 사업이 완공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운행 거리를 더 늘릴 방침이다.

다만 사업 완공 이후에도 상용화는 두고 봐야 한다. 올해 5월부터 '자율주행자동차법' 등에 따라 '레벨3' 자율주행차 주행이 가능해졌지만, '레벨4(차량 스스로 모든 상황판단 및 주행)'의 제로셔틀은 보다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게 도의 입장이다.

갑작스러운 사고 대처 등의 안정적 서비스가 필요하다. 지금 도의 시도는 정부보다 앞서 기반을 미리 닦아놓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국비 지원도 일절 없이 분주하게 연구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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