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조달청의 공공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대신할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시장 가격보다 비싸고, 수수료의 불공정 분배 등 부조리로 시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별도의 조달시스템 구축을 선언한 셈이다.

도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는 공공기관이나 조달업체, 국민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해왔다. 도가 지난 4~5월 나라장터와 일반 쇼핑몰의 물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나라장터에서 판매하는 물품 6129개 중 실질적으로 가격비교가 가능한 물품은 646개(10%)에 불과했다. 이들 중 90개 물품은 시장 가격보다 비쌌다.

도와 시·군, 공공기관이 낸 수수료만 3년간 246억원에 이르지만 지자체에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그동안 독점적이고 강제적인 국가 단일 조달 시스템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핵심은 입찰담합의 심각성이다. 이 때문에 입찰담합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나라장터 대체 요구가 나왔다. 이번에 경기도가 '새로운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을 마련하고 시장단가를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보이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도가 추진하는 해당 시스템에선 방역·재난을 위한 공공 행정과 관련해 입찰 편의를 제공한다. 재난 상황에선 안정적이고 신속한 물량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입찰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도와 시·군의 공동구매 기능 때문이다. 또한 공정조달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운영을 함께 하는 지방정부와 수익을 배분한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 3월부터 TF팀을 신설했고 시스템의 개발, 운영을 경기북부에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맡긴다는 방침이다.

경기도가 자체 조달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획재정부, 조달청과의 협의와 법개정 절차 등 산적한 과제들이 남았다. 그러나 건전한 공정조달 환경 조성을 위해 나라장터를 대체할 지방정부 자체 조달시스템 구축은 필수다. 어느 누구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도라면 폐지하고 개선하는게 답이다. 경기도의 과감한 정책 추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