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암동 유적은 공항고속도로 청라인터체인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2011년 발굴조사로 알려졌다.

이 유적 일대의 지형은 계양산 서쪽 끝자락의 낮은 구릉에 해당하며 평지와 산지를 오가며 생활하기에 무난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와의 거리도 매립과 간척에 의한 지형 변경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가까웠을 것이다. 채집·어로·사냥의 경제 활동이 무난했을 곳으로 보인다.

이 유적의 연대는 광 여기 루미네선스(OSL) 측정 결과 3~4만 년 전쯤(MIS 3기)으로 측정되었는데, 이 당시 기후 환경은 한랭과 온난 기후의 반복되는 현상 속에 현재와 비교해 1~2℃ 낮은 것으로 추정되며 해수면은 지속적 하강이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구석기 유적은 입지 조건에 따라 크게 동굴 유적(Cave site)과 한데 유적(Open site)으로 구분되는데, 인천지역의 경우는 석회암 동굴이 발달하지 않아 구릉지나 강가, 바닷가같이 야외에 막집을 지은 한데 유적이 대부분이다. 동굴 유적의 경우라면 바닷가의 해식동(海蝕洞, Sea cave)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검암동 유적의 토양쐐기 현상, 구석기시대와는 바늘과 실의 관계

한편, 한데 유적의 토층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토양 구조인 땅갈라짐(Soil-cracks) 일명 토양쐐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후기 갱신세의 춥고 건조한 환경과 연관되어 있으며, 인천지역의 구석기 유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토층은 기후변화의 스넵 사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경우이다. 검암동을 비롯한 인천지역 구석기 유적의 입지 및 토층은 전국 구석기 유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현상이며, 문화 해석상의 주의와 더불어 도서 지역에서의 구석기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 왼쪽부터 검암동유적 출토 뗀석기와 세형동검. /사진제공=인천 검암동유적 보고서 중에서
▲ 왼쪽부터 검암동유적 출토 뗀석기와 세형동검. /사진제공=인천 검암동유적 보고서 중에서

 

▲석기는 석영, 응회암 등 흔한 돌감 이용

검암동 유적에서는 2개 지점에서 발굴 및 시굴 조사를 통해 42점의 석기를 발굴했는데, 석영제 39점, 응회암제 3점으로 대부분 석영을 돌감으로 사용했다. 특징적인 석기는 4점의 여러면석기(일명, 다각면원구)인데, 10cm 정도의 원형 내지 방형의 자갈돌을 사용했으며, 석영과 응회암이 각각 2점씩이다. 석영(Quartz)은 원당동, 불로동 유적에서도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감이며, 응회암(Tuff)은 표면에 구멍이 많은 다공질(多孔質) 암석을 썼는데, 계양산 일대에서는 흔한 암석으로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알려 준다. 무엇보다도 여러면석기의 용도는 끈으로 묶어 던져 짐승을 사냥할 때 쓰는 사냥돌(Bola-stone), 싸움에서의 무기, 물건을 찧거나 빻는데 쓰는 공이 등 여러 주장이 있으나 이 유적에서는 사냥돌로 쓰였을 것이다. 구석기 유물 중 전기 구석기부터 전 기간에 걸쳐 사용된 것으로 석기 전통이 강하게 남아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유물이다. 이외 찍개, 긁개, 홈날 석기 등이 있으며, 유물의 수가 적어 유적을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 이 유적에서는 인천지역 최초로 한국식 동검이자 한반도의 독자적 청동기 표지유물인 세형동검(길이 31.7cm, 최대 너비 2.95cm)이 출토되었는데, 이 유물은 기원전 2세기쯤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중부지방의 세형동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검암동 일대의 유구한 역사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김석훈 (사)인천섬유산연구소이사·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