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체험활동 중심 교육
3·4학년, 소그룹 활동으로 자기 주도성 배움
5·6학년, 강화된 학습 선택권으로 스스로 성장

소수 의견 수렴… 교육계획 '나누는 우리' 수립
학생자치 개념 확대·학부모 참여구조 모색도
▲ 안양 덕천초등학교 6학년 SW코딩교육 모습. /사진제공=덕천초등학교
▲ 안양 덕천초등학교 6학년 SW코딩교육 모습. /사진제공=덕천초등학교

1981년 안양시 만안구에 개교한 덕천초등학교는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변신했다. 과거 원도심 지역의 인구감소와 함께 학생들이 줄어가던 덕천초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한 것.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80%가 새로 바뀌었고, 마치 새로 개교한 학교와 같은 모습이었다.

덕천초는 빠르게 변화해야 했다. 변화의 중심인 교육공동체는 민주적인 협의체와 시스템을 통해 고민했고, 학년별 연계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김순한 덕천초등학교 교장은 “배움과 나눔, 감성이 된 융합인재 육성을 목표로 다양한 체험활동과 창의적 사고력을 길러 '교육공동체 모두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잠재력을 살리고 자신의 꿈을 가꾸는 어린이, 학교와 자녀를 믿고 함께 성장하는 학부모, 앎과 삶을 가르치는 존경받는 선생님이 하나가 돼 생활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안양 덕천초등학교 1학년 예절교육 모습. /사진제공=덕천초등학교
▲ 안양 덕천초등학교 1학년 예절교육 모습. /사진제공=덕천초등학교

▲스토리를 가진 학년별 교육과정

덕천초 교육과정의 특징은 6년간 교육과정이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어진다는 것이다.

1·2학년은 주로 체험활동 중심으로 교육받고, 3·4학년은 소그룹 활동으로 자기 주도성을 배워 5·6학년은 강화된 학습 선택권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택한다.

특히 이 과정에 한 가지 주제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1학년은 한국 전래놀이를 즐기며 전통문화를 알아가고, 2학년은 여기에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방식을 추가해 한국 고유의 협동 가치를 이해한다. 3학년은 국립어린이 박물관을 찾아 외국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고, 4학년은 '다문화 부스'를 운영해 외국의 전통문화를 엿본다. 5학년은 인권에 대해 배우며 외국인도 동등하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며 6학년은 다시 한 번 '다문화 부스'를 만들고 그간 배운 한국과 외국의 전통문화를 받아들인다.

안양 덕천초의 한국과 외국 전통문화 교육과정은 '외국인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어린이'를 기르기 위해서다. 덕천초 학생 중 외국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향후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가는 점을 고려한 교육과정이다.

전통문화교육과정뿐만 아니라 1인 1악기와 생태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학생자치, 윤리적 생활공동체 등도 학년을 거치며 조금씩 더 심화한 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또 이런 활동을 나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해 성과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우며 교육 비전인 '나누는 우리'를 실현해 가고 있다.

▲마을축제어울림한마당
▲마을축제어울림한마당

▲끊임없이 반성하는 교육공동체

지난해, 덕천초 교직원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혁신학교 한다면서 한 게 뭐가 있습니까?'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통계 자료들 80% 이상은 덕천초가 '훌륭한 교육을 했다'는 쪽이었지만, 교직원으로서는 한 사람의 반응이라고 흘려들을 수 없었다.

덕천초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고,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보듬는 교육을 추구한다. 교육공동체는 열띤 토론을 벌였고, 교육자치를 위해 보다 많은 학생자치와 학부모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올해 2월 교육계획을 새롭게 수립했다. '나누는 우리'라는 목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학교는 회사처럼 '이윤'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목표와 입장을 가지고 모인다. 한 지붕 밑에 사는 부모의 마음과 자녀의 마음조차 다른 곳이 학교다. 이런 상황에서 덕천초는 학교라는 공동체 공간에서 '나눔'은 특별히 함께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판단했다.

기존 학생자치 개념은 더 넓혔다. 지난해까지 주로 어린이회와 각 학년에서 진행되는 다모임을 통해 학급 규칙의 설정과 실천, 회복적 생활 교육 차원의 학생자치 틀을 올해는 동아리와 자발적인 문제 해결, 운동까지 범위를 넓혀보기로 했다.

학부모가 보다 온전한 교육주체로 서기 위해 교내 카페를 만들어 교육 소통의 장을 만들어 하고 있다. 북카페를 개설해 교직원과 학부모와 교육 도서를 함께 읽으며 학교 교육을 고민하고, 학부모 교육 지원 조합을 구성해 자발적인 교육 활동 참여 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독서·전시·공연 … 빈 교실이 다양한 '꿈터'로

▲ 예술공감터에 마련된 자작시 시화전.
▲ 예술공감터에 마련된 자작시 시화전.
▲ 북카페서 열린 교장선생님과의 정담회.
▲ 북카페서 열린 교장선생님과의 정담회.

덕천초는 과거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학급 수를 자랑하는 학교였다. 그러다 지난 2016년에는 초등 학급수가 10학급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60개에 달하는 교실 공간이 텅텅 비게 됐고, 덕천초는 또 다른 공간 혁명을 할 수 있었다.

2017년 인근 아파트가 들어서며 현재는 33학급, 학생 859명이 다니는 학교가 됐지만, 여전히 유휴공간은 있다. 덕천초는 이들 공간을 다양한 꿈터로 조성했다.

학교 정면을 들어가면 비교적 넓은 로비 공간 한 편에는 아이들이 그간 배운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배운 악기로 합주곡을 연주하고, 때로는 한 아이가 한 해 동안 그린 미술작품으로 단독 전시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학교 공간 곳곳에는 아이들의 예술 소양을 높이기 위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본관과 별관을 잇는 2층 다리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든 놀이 공간이 있고, 교실 3개를 합쳐 만든 놀이학습실에는 작은 클라이밍 놀이기구와 아이들이 각종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교실 2개 크기의 도서관과 맞은편에 마련된 북카페도 아이들이 편히 쉬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방음장치를 설치한 다목적실 등도 덕천초의 자랑거리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교장선생님은 '민원 해결사'…학교 불편사항 도맡아 처리

▲덕천초등학교 김순한 교장
▲덕천초등학교 김순한 교장

덕천초 교육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며 지원하는 교장과 행정실은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운영에 모범을 보인다.

특히 김순한(사진) 덕천초 교장은 교내·외에서 생기는 불만사항 개선요구 등을 행정실과 함께 도맡아 처리한다.

과거 덕천초 입구에는 나지막한 계단이 있었는데, 계단을 오르기 위험할 수 있다는 개선요구가 제기됐다. 이에 덕천초는 즉각 계단을 없애고 완만한 언덕으로 바꿨다.

또 최근에는 아이가 에어컨 바람을 바로 받아 건강이 우려된다는 말을 듣고 교내 모든 에어컨 아래 플라스틱으로 날개를 달아 아이가 직접 바람을 맞지 않게 했다.

덕천초가 한정된 학교운영비로 다양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김 교장의 노력이 있었다.

학교에 걸려있는 각종 예술작품은 김 교장이 지역예술가들에게 무상으로 임대받은 것이고, 놀이 공간과 놀이학습실 내 클라이밍 기구도 각각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과 KB국민은행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운영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만들어냈다.

또 수시로 학부모와 교사 등과 만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제안사안은 없는지 듣고 있다.

김 교장은 “한정된 학교운영비로 많은 공간을 조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으나, 노력하고 찾아보면 학교운영비를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며 “교사들이 교과과정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