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우니라(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이다.

배움은 생각을 통해서 성장하고, 배우지 않으면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확장하기 어렵다. 생각을 통한 배움의 확산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생각은 좋은 배움의 토대가 되고, 스스로 답을 찾는 자기주도 학습력을 기르게 한다. 질문 속에 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한 시간을 준다면 처음 55분은 적절한 질문을 결정하는 데 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을 강조한 말이다.

아이들은 5세 때 질문을 가장 많이 하고, 2~5세 사이에 약 5만개의 질문을 한다. 초_중_고로 진학할수록 질문의 횟수는 감소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질문을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답만 찾는 교육으로는 창의적인 상상력을 생산하기 어렵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다양한 체험 환경에 노출하면 호기심을 유발해 남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1월15일 지혜공유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 55명이 '꿈 찾기 캠프'에 참가했다.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탐방을 시작으로 관정도서관, 법대 120년 역사 전시관, 규장각의 정조 특별전, 박물관, 미술관을 찾아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다. 반도체 공동연구소장 이종호 교수의 '생각과 배움에 대한 강연'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꿈을 찾는 동기를 부여했다. 새로운 환경을 처음 체험하는 아이들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반도체 공정을 돌아본 초등학교 1학년 지한이는 '반도체 연구를 위해 서울대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일기에 적었다. 소임이는 관정도서관 방문록에 '우주인의 꿈을 위해 서울대를 내 모교로 삼겠다'는 당찬 꿈을 올렸다. 캠프를 함께하는 동안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배움을 한 것이다. 송도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아이들이 소개하는 꿈 너머 꿈을 들으면서 '꿈 찾기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꿈꾸는 사람으로 지구촌을 바꾸는 희망이 될 것을 염원했다.

재직 시절,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로부터 '수학의 신'으로 추앙받는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은 수학 문제를 풀이할 때 학습서에 소개하는 방법만으로 정답을 추론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셨다.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신 것이다. 학생이 문제집을 가지고 와서 질문하면 즉답을 피하고 놓고 가라고 말씀한뒤, 다양한 풀이 방법을 먼저 생각하고 학생에게 안내하셨다. 선생님이 수학의 신으로 존경받는 이유다.

생각하지 않고 질문이 없으며 꿈이 없고 이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 보이는 대로 즉흥적으로 말하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으며, 타율적으로 생활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없는 아이들은 나아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친구들과 협업할 줄 모르며 권위에 길들어져 맹목적으로 타의를 추종하게 된다. 이러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미래는 상상하기 싫다.

반칠환 시인은 그의 시 '노랑제비꽃'에서 “노랑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 숲이 통째로 필요하다 /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 지구는 통째로 노랑제비꽃 화분이다”라고 노래했다. 생각하고 질문하고 꿈꾸는 사람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양분이 가득한 숲이, 지혜가 가득한 우주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빛을 내며 그 후손들과 함께 오래도록 반짝이는 지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