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무유기'·증권사 '업무상배임·사기'로 고발해야"

 

▲ [금융감독원 제공]

증권사들이 지난 10년간 비대면계좌 매매거래 수수료가 마치 무료인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하면서 실제로는 여러 비용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겨 챙긴 이익이 2조원에 달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권사가 지난 10년간 매매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내세워 투자자를 속이고 유관기관제비용을 불법징수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체가 입은 피해 금액은 최소 2조원"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실련이 2009∼2018년 주식위탁매매 시장전체 거래대금과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유관기관제비용률을 평균 0.005%로 가정해 추산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실련은 "이에 연 2% 복리이자를 감안하면 증권사들이 시장전체에 배상해야 하는 손해액은 2조2천11억원이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1조4천198억원으로 산정된다"며 "증권사가 개인투자자 1명당 20만∼30만원 정도 손해배상해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유관기관제비용은 한국거래소의 거래·청산결제수수료 등과 예탁결제원의 증권사·예탁 수수료, 금융투자협회 협회비 등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거래소·예탁원에 내는 정률 수수료는 거래·청산 결제·증권회사 수수료 등 3가지가 포함된 것으로, 거래대금의 0.0036396%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별로 제비용률이 일정한 산정기준이나 회계기준 없이 산정되면서 정률수수료 외에 협회비 등이 추가되면서 제비용률은 거래금액의 0.0038∼0.0066%까지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유관기관제비용은 투자자들이 낼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관련 법규는 증권사가 수수료 비용을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은 지난 10년 이상 주식위탁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간접비용을 비롯해 주식과 무관한 기타 금융상품의 수수료, 협회비까지도 유관기관제비용으로 산정해 부당이득을 취해왔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경실련은 한화투자, NH투자, 미래에셋대우 증권 등 증권사 14곳에서 2013년 9월∼2020년 4월 시행한 관련 광고 69건을 수집해 자체 분석한 결과 표시광고법,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총 584건 적발했다고 밝혔다.

유관기관제비용으로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실제 매매거래 수수료는 유료임에도 비대면계좌 개설광고에 '거래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한 것은 표시광고법 위반이며 유관기관제비용률을 사전에 광고·약관·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하지 않은 것은 약관법,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경실련은 설명했다.

앞서 올해 3월 금융감독원은 22개 증권사를 점검한 결과, 상당수 증권사가 비대면계좌 개설광고에 '거래 수수료 무료'라고 표시했으나 실제로는 '유관기관제비용' 명목으로 일정 비율의 비용을 별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실제 거래 비용이 0원이 아닌 경우 광고에 '무료'라는 표현을 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경실련은 "금감원의 권고 이후에도 일부 증권사는 '무료'라는 말을 '혜택'으로만 변경하는 등 여전히 개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감사원을 비롯해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나서서 조사하고 관련 증권사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