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발행·운영 등을 규정한 법률이 2일자로 ‘늑장 시행’된다. 달리 말하면 2018년 이후 수천억원을 지역화폐 지원에 쏟아붓고 있는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예산을 집행했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모든 예산이 법에 근거하진 않는다”는 설명을 내놨다.

행안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2일부터 시행된다고 1일 밝혔다.

지역사랑상품권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지역상품권과 같은 형태로 발행하는 유가증권, 선불카드 등을 포괄한다. 사용자와 가맹점의 준수사항, 발행·운영 위탁, 과태료 부과 등의 근거를 담은 법률이다.

정부가 그동안 법이 제정·시행되기도 전에 지역화폐 발행 지원에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번에 시행되는 지역사랑상품권법의 ‘활성화 지원’ 조항을 통해 뒤늦게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올해 행안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는 예산은 2400억원에 이른다.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외한 금액이다. 행안부는 지역화폐 발행액의 4%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2018년 3714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 올해 9조원(예정)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가 집행한 예산도 같은 기간 100억원, 884억원에서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로 불어났다.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공백 상태에서 예산을 지출해놓고 뒤늦게 법을 시행하는 건 순서가 뒤바뀐 행정”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의 국고 재정 집행은 법치주의에 어긋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 관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은 국가사업이 아니라 지자체 조례로 하는 자치사무라서 원래 국비가 들어가지 않는 사업이었다”면서도 “모든 예산 사업이 법에 근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