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설 기구로 '겸직'구조
전문교육도 딱 한번 받아
인천경찰청이 지난해 신설한 '집회·시위 현장 안전진단팀'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진단 실시 기준이 모호한 탓에 올해 진단이 이뤄진 사례가 한 건도 없는데다, 안전진단요원 모두 본래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겸직을 하는 구조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신설된 집회·시위 현장 안전진단팀은 인천청 3명에 10개 경찰서에서 3명씩 총 33명의 안전진단요원 인력 풀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18년 9월 용산 화재사고 관련 제도 개선 사항으로 '집회·시위 현장에 안전담당자를 배치할 것'을 전국 지방청에 권고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인천에선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에서 행사 주최 측과 반대 단체 간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안전진단팀은 대규모 집회·시위나 행사가 개최되기 전 현장에 나가 복합가스측정기와 산업용 내시경 등을 활용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 현장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험 요소가 발견되면 유관기관과 함께 대책을 수립한 뒤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안전진단 실시 기준이 모호해 실제 진단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3000명 이상이 운집하는 현장'에서 '인원수와 관계없이 안전 관련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현장'으로 기준이 바뀌었는데도, 올해 안전진단 대상이 된 현장은 한 곳도 없었다.

경찰이 대상 범위를 너무 좁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안전진단 대상은 인천퀴어문화축제 등 6곳에 그쳤다.

여기에 전문성 부재 문제도 안고 있다. 안전진단요원은 대부분 안전 관련 학위나 자격증 소지자, 업무 경험자 위주로 선발됐지만 전문 교육은 지금까지 한 차례 밖에 받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안전진단팀이 비상설로 운영돼 구성원 모두가 기존 업무를 수행하면서 안전진단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안전진단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올 들어선 위험 요소가 있는 집회·시위나 행사가 없어 아직 안전진단을 실시한 사례가 없는 것”이라며 “비상설로 운영되고 있는 문제는 본청에서도 인식하고 있으며, 상설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