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하수종말처리장'을 놓고 수원·화성지역이 시끄럽다. 1995년 16만5000t 규모 처리물량으로 건설된 이곳은 현재 두 지역에서 약 52만t의 오수·하수를 받아내고 있다.

하수종말처리장은 지역 내 '필수시설'이다. 수원 천천지구, 정자지구, 곡반정지구를 비롯한 화성 태안읍 일대 개발로 인구가 급증한 2001년 들어 처리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하천 생태계 보전이나 하류지역의 농업용수 확보에도 필요성이 적지 않다.

반면 주민들에게는 '기피시설'이다. 더러운 물이 들어온 뒤 정화돼 나가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점이 대표적 원인이다. 악취는 주민의 생활권까지 괴롭히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하수종말처리장은 '설치하자'는 지자체와 '싫다'는 주민 간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빚어졌다. 최근 수원·화성에서도 악취로 인한 주민 반발이 일고 있다.

당초 수원하수종말처리장은 여타 시설과 좀 달랐다. 하수 처리 설비를 100%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에 주민들을 위한 골프장, 체육공원, 생태공원 등을 조성했다.

아이들을 위한 환경체험학습장도 갖췄다. 주민들은 언제나 하수종말처리장을 찾아와 문화여가를 즐겼다. 주민과 가까운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혐오'를 넘어선 것이다.

이 사례는 '사랑받는 기피시설'로 널리 소문나 수차례 정부의 상을 받았고,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왔다.

하지만 '신뢰'가 모든 걸 무너뜨리는 모양이다. 화성 병점·송산·진안 등 지역 주민들은 수년째 원인도 모를 악취에 시달렸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2019년 수원·화성·의왕시 등이 '경기남부 4개 시 환경부서 제2차 협의체'를 갖고 하수종말처리장의 악취를 해결하기로 한 약속도 깜깜무소식이다.

오히려 올해 3월 슬러지(하수 찌꺼기) 건조시설 인근의 악취 농도가 기준치 2배 정도인 669배(희석배수)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자체가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수원시는 악취를 잡으려 여태 100억원 넘는 예산으로 개선을 거듭했다. 화성시도 계속 시설을 오가며 방안을 찾고 있다. 각종 변수로 악취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 지자체의 설명이다.

문제는 신뢰다. 주민들은 이곳의 조치를 민원으로 따져야 알 수 있었다. 분명 코를 찌르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기준치 이하다'라는 등의 답만 받으며 살아야 했다.

하수종말처리장을 둔 주민들의 마음. 이번 지자체들의 대책이 신뢰를 살릴지 여부에 달렸다.

김현우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