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복제품 상설전시

러일전쟁 중 전리품 주지 않으려
인천 앞바다서 자폭한 군함 깃발
훼손 심각해 똑같이 제작 선보여
▲ 바리야크함 깃발 복제품.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웠던 러시아 바리야크함 깃발을 날마다 관람할 길이 열렸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깃발 복제품을 상설 전시관에 걸기로 했다.

박물관은 재개관 이후 시민들이 바리야크함 깃발을 볼 수 있도록 상설전시관을 보수했다고 밝혔다.

이 깃발은 1904년 2월 러일 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함대와 전투를 벌이다가 자폭한 러시아 순양함 바리야크(Varyag)에 휘날렸었다. 바리야크함은 일본에 전리품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자폭한 바 있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리야크에 대한 흔적이 남아 있는 이 선수기(船首旗) 역시 당시 폭파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정도로 처참했다. 일본이 수거했다가 광복 이후 인천시립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러시아 군인들의 애국정신이 녹아 있는 만큼 시립박물관은 2010년 이것을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에 빌려줬다. 2년 뒤 러시아 요청으로 대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가 2014년 다시 인천시립박물관이 돌려받았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깃발을 인천 시민들에게도 널리 보이고 싶었으나 훼손 정도가 심해 걸 수가 없었다. 대신 진품과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복제품 2기 제작에 최근 성공하고 이를 전시키로 한 것이다.

4m에 달하는 규모의 진열을 위해 전시장을 늘리는 작업도 최근 마쳤다.

깃발 옆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바리야크호의 자폭 과정 흐름도 영상과 포탄 조각 등도 함께 전시해 뒀다.

진품은 시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인천과 무관한 전쟁이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지며 우리도 숱한 피해와 아픔을 겪었다”며 “바리야크함 관련 유물은 그런 차원에서 인천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상시 관람할 수 있으니 관람객들도 제물포해전의 뜻을 되짚어 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